흑인들이 백인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촉발된 ‘검은 분노’가 유혈 사태로 확산되면서 미국 사회가 또다시 흑백갈등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인종갈등이 휘발성이 강한 이슈인데다 미국 대선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전개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밤(현지시간) 텍사스 댈러스에서 흑인 총격에 항의하던 시위대가 진압 경찰을 향해 10여발의 총을 발사해 최소 4명의 경찰이 사망했다. 흑인사회 소요사태는 경찰이 흑인에게 총격을 가하는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미국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총격사건 진원지인 미네소타 팔콘 하이츠와 루이지애나 배턴 루지에서는 7일 내내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비난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사건 현장에 집결한 흑인들은 ‘손들었으니 쏘지말라(Hands up, don’t shoot)’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이어갔다. 수도인 워싱턴DC와 뉴욕 중심가 등 미국 전역 주요 도시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잇따랐다.
미국 내 최대 흑인 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네키마 레비 파운즈 미네소타지부장은 “살인을 정당화하는 법이나 정책에 정말 신물이 난다”며 “더 이상 이런 일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폴란드 바르샤바 도착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은 미국 사법시스템에 깊이 뿌리박힌 인종차별의 일단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같은 불신과 편견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앞서 폴란드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이처럼 부끄러운 사건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우리를 아프게 한다”며 “경찰과 지역사회에 만연한 불신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흑인 여가수 비욘세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흑인사회의 단결과 저항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게재하고 “참고 있으면 어느 누구도 우리의 생명을 존중해주지 않는다. 우리의 분노와 좌절을 행동으로 옮기자”며 시위 동참을 촉구했다.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인 세레나 윌리엄스는 트위터에 “충격을 받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흑인 힙합 가수 MC 해머는 “법을 가장해 일어나는 이런 야만적인 행위는 참 비열하고, 가슴을 아프게 한다”고 분노했다.
흑인 사회의 분노와 소요가 심상치 않자 사건 발생지인 미네소타와 루이지애나는 즉각 관련 경찰들의 직무를 정지하고 연방 정부에 수사를 요청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백인 경찰의 흑인에 대한 총격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처럼 빠른 속도로 소요가 확산된 것은 동영상을 통해 사건현장이 고스란히 전파됐기 때문이다.
동영상에는 지난 6일 밤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 인근에서 흑인 남성 필랜도 캐스틸(32)이 승용차 미등이 꺼졌다는 이유로 교통경찰로부터 검문을 받던 중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경찰로부터 욕설과 함께 총격을 받는 장면이 담겼다. 4발의 총탄을 맞고 절명한 캐스틸은 고교 시절 모범생이었고 졸업후 교육청 직원으로 일했다. 검문 당시 뒷 자리에는 캐스틸의 여자친구와 4세된 여아가 함께 탑승 중이었다.
5일에는 루이지애나 배턴루지의 편의점 앞에서 CD를 팔던 흑인 남성 앨턴 스털링(37)이 경찰 2명에게 제압되는 과정에서 호신용 총이 발견되자 곧바로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 장면을 찍은 휴대전화 동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확산되면서 흑인사회 분노를 자극했다. 워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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