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의 힘' 최저임금 인상 요구 등 바뀐 美공화·민주 정강
↑ 최저임금 인상요구/AP=연합뉴스 |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새로 내놓은 정강정책에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킨 아웃사이더들의 영향력이 고스란히 녹아든 것으로 평가됩니다.
공화당은 보호무역을 수용하면서 사실상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공약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민주당의 정강정책엔 최저임금 15달러, 월가 규제 등이 포함돼 경선 주자로 뛰었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묻어났습니다.
11일(현지시간) 미 CNN 등에 따르면 공화당은 전당대회를 거쳐 올해 대선의 정책기조가 될 정강정책의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58쪽의 정강정책 초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무역협정 협상이 필요하며 상대국의 공정무역 위반 시 대항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입니다.
보호무역 색채가 짙은 새로운 정책은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한 공화당의 입장과는 결을 달리합니다.
밋 롬니가 후보로 나섰던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은 자유무역협정(FTA)의 혜택을 치켜세우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부가 더 많은 협상을 하지 않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4년 전과 달라진 공화당의 무역 정책은 모든 FTA의 재검토 내지 폐지를 주장한 트럼프의 공약을 전폭 수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CNN은 "2012년 당의 정강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역과 관련한 부분이며 정강에 반영된 문구는 트럼프의 입장과 매우 흡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경제 부문에서 트럼프의 영향력이 반영됐다"며 "무역 분야에서 공화당과 트럼프의 '합병'이 가장 두드러졌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는 지난해 경선 초기만 해도 막말을 일삼는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았지만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대선 티켓을 거머쥐더니 공화당의 정책 기조마저 바꾸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협상이 이뤄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자는 트럼프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공화당은 또 동성 결혼 및 동성 커플의 입양 반대, 낙태 반대 등 오랫동안 유지한 입장들도 고수했습니다.
공화당 정강정책에 트럼프의 영향력이 막대했다면 민주당 정책엔 '샌더스 브랜드'가 고스란히 녹아들었습니다.
이달 초 공개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대선 정강정책 초안에선 시간당 7.2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는 조항이 주목받았습니다.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자는 주장은 샌더스가 경선 내내 외친 사항이다. 12달러 인상안을 고수한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샌더스 돌풍에 15달러 인상안의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사회보장제도 확대, 사형제도 폐지, 사설 이민자 수용시설 금지 등 다른 샌더스의 공약도 민주당 정강정책 초안에 반영됐습니다.
금융기관 중역들의 지역 연방준비은행 이사 겸직 금지, 고액 퇴직금 금지, 월가와 워싱턴 정가 간 회전문 인사 금지 등도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샌더스의 주장들이었습니다.
다만 샌더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 경제 성과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완전 백지화까지는 관철하지 못했습니다.
샌더스는 경선에서 클린턴과 불꽃 튀는 경쟁을 펼쳤지만 연방 상·하원의원과 주지사 등 슈퍼대의원의 싸움에서 밀리면서 민주당 대선 티켓을 사실상 클린턴에게 넘겨
경선 패배 이후에도 샌더스는 클린턴에 대한 공식 지지 선언을 하지 않은 채 강력한 공약을 위해 투쟁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번 내비쳤습니다.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서는 데는 실패했지만 당의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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