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첫사랑' 연애편지 발견…시대 초월한 간절함
↑ 사진=연합뉴스 |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고교시절 첫사랑에 바친 열정적 편지글이 뒤늦게 발견됐습니다.
13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언론인이자 작가인 로버트 엘더(40)는 지난 10일 출간된 책 '헤밍웨이의 묻힌 이야기: 오크파크의 헤밍웨이 기록물에서'(Hidden Hemingway: Inside the Ernest Hemingway Archives of Oak Park)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이 편지를 찾아냈습니다.
엘더는 헤밍웨이가 태어나 자란 시카고 교외도시 오크파크의 공립도서관에서 헤밍웨이의 고교시절 과제물 뭉치를 발견했으며, 그 속에 이 '열정적 시'가 섞여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편지는 100년 전 쓰였지만 시대를 초월한 간절함이 여전히 불타고 있다"면서 "몇 문장은 황급히 삭제됐고, 일부 문장 위에는 가위표가 쳐졌으나 첫 줄 만큼은 명료하다"며 "헤밍웨이의 '첫사랑 시'"를 소개했습니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비할 데 없는 너의 우아함과 오감을 만족시키는 사랑스러움, 아름다움이 나를 바보로 만들었어."
엘더는 처음 이 글을 시 작문 숙제 초안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글 속에 연애편지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단초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내가 네게 하고 싶은 말은, 아, 너를 사랑해"라는 문장, 두 번째는 '아네트'라는 이름입니다.
헤밍웨이는 "너와 함께라면 지옥에라도 기꺼이 갈 수 있고, 목숨도 내놓을 수 있다"고 서술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네트는 누구일까.
엘더는 "지금까지 어느 전기작가도 아네트를 언급한 적이 없으나, 새로 발견된 헤밍웨이의 10대 후반 기록물 속에 그 이름이 몇차례 등장한다"고 전했습니다.
고교생 헤밍웨이는 절친한 친구에게 보낸 쪽지에서 "언제쯤 아네트와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라며 기대를 표현했습니다.
헤밍웨이는 고교 졸업 후 캔자스시티 지역신문 '스타'지에서 인턴기자로 일할 당시인 1918년 1월, 한 살 위 누나 마셀린에게 편지를 쓰면서 "최근 열린 파티에 아네트도 왔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엘더는 헤밍웨이 기록물을 뒤지고, 여러 경로를 수소문해 편지 속 아네트가 헤밍웨이의 고교 1년 후배 아네트 데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아네트는 헤밍웨이가 오크파크 고등학교 4학년이던 당시 3학년으로, 교지와 졸업앨범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엘더는 이어 오하이오 주에 사는 아네트의 아들 존(82)을 찾아냈습니다. 존은 "어머니가 헤밍웨이와 잠시 연애했고, 둘이 영화를 보러 가곤 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엘더는 "헤밍웨이 전가작가들과 친구들은 그가 고등학교 시절까지 여자친구가 없었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보다 낚시와 사냥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다는 기록을 남겼다"며 그러나 아네트가 헤밍웨이의 첫사랑이고 사춘기 시절 이상형이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헤밍웨이는 1918년 5월 자원입대해 적십자 부대 앰뷸런스 운전기사로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되고 7월 심한 부상을 해 밀라노 육군병원에 입원합니다. 그곳에서 일곱 살 연상의 간호사 아그네스 폰 쿠로프스키(당시 26세)에게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집니다.
헤밍웨이는 1918년 11월 누나 마셀린에게 쓴 편지에서 "아네트 보다 쿠로프스키가 좋다"고 고백합니다.
쿠로프스키는 헤밍웨이의 첫사랑으로 잘 알려졌으며, 1954년 헤밍웨이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작품 '무기여 잘 있거라'
헤밍웨이는 1921년 여덟 살 연상인 첫째 부인 엘리자베스 해들리 리처드슨과 결혼하고, 3차례 재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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