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 팀 케인 부통령 후보 지명자, 조 바이든 부통령 등 민주당 거물급 연사 ‘3각 편대’가 힐러리 클린턴의 백악관행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에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 전당대회 3일차인 27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에 마지막 연사로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는 계획이 있는 사람도, 사실에 기반한 사람도 아니다”며 “진정한 해결책없이 공포에 찬 구호만 내세워 우리를 분열시키고 세계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나를 선택했던 것처럼 이제 힐러리를 지지해다라”고 열변을 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이란 핵협상 타결, 오바마케어 등 자신의 업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힐러리의 당선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이란 핵합의, 오바마케어 등을 백지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팀 케인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표정과 말투를 흉내내며 트럼프 비난에 앞장섰다. 케인은 트럼프가 애틀랜틱시티에 카지노를 지은 뒤 파산하면서 중소 건설업자들에게 큰 피해를 준 점, 플로리다에 은퇴자 거주지를 짓는다며 분양대금을 받은 뒤 사업을 진행시키지 않은 점,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하겠다고 하고 실제로는 기부하지 않았거나 뒤늦게 기부한 점, 그리고 ‘트럼프 대학’ 사기 등을 차례로 지적한뒤 “트럼프의 말은 아무리 믿으라 해도 ‘단 한 마디도’ 믿을 수가 없다”고 조롱했다.
케인은 특히 현역 해병대원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어에 투입된 자신의 아들을 거론하며 “내 아들의 목숨을 맡길 대통령으로 힐러리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케인은 연설 중간중간 유창한 스페인어를 뽐내며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환심을 샀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트럼프의 유행어 “자네, 해고야(You’re fired)”를 트럼프를 향해 쏟아부으며 트럼프 비판에 열을 올렸다. 그는 “트럼프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미국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트럼프가 중산층을 신경쓰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는 중산층의 친구가 아니며, 중산층을 알지도 못하고, 중산층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는 그저 부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공화당원이었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전당대회 무대에 올라 “트럼프가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기업을 처벌하겠다고 하지만 트럼프그룹에서 나오는 옷은 모두 해외 저임금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라며 “트럼프가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이 돈과 위선”이라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연설이 끝난 직후 힐러리가 예고없이 전당대회 무대에 깜짝 등장해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힐러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포옹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 후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퇴장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힐러리의 이메일 3만3000건도 해킹해 줬으면 한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힐러리 이메일 3만3000건은 힐러리가 국무장관 시절 개인 서버를 통해 주고받은 이메일 중 사적인 내용이라며 삭제한 것을 가리킨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대선 후보라는 사람이 적대국을 향해 스파이 행위를 독려하는 것이 무슨 경우냐”며 “국가안보에 심대한 위협”이라고 반발했다
[필라델피아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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