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일명 ‘키메라(Chimera,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 실험에 대해 연구비 지원불가 결정을 내렸던 미국 정부가 이를 철회할 방침이다. 키메라 실험은 동물배아에 인간 줄기세포(어떤 장기로든 자랄 수 있는 세포)를 주입시키는 연구다. 키메라 실험은 난치병 치료 등에 필요한 돌파구를 제시해 의료과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이라는 기대를 키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생명윤리 논란을 몰과와 그간 민간위주로 상징적 수준의 연구가 진행돼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윤리성 굴레를 벗고 국고를 투입하기로 최종 결정하면 향후 관련 연구가 커다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진단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유망한 분야(키메라 연구)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며 키메라 실험에 대한 연구비 지원불가 결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앞으로 30일간 공공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뒤 9월초에 연구비 지원불가 조치를 철회할 방침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대변인 르네이트 마일스는 “어떤 구체적인 연구목표를 갖고 연구비 제한을 해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오늘날 과학이 어떤 단계까지 발달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앞으로 키메라 연구가 계속될 것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다만 윤리문제가 확대재생산되는 것을 예방하기위해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유사성이 큰 영장류를 대상으로 삼거나, 실험체 두뇌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의 경우, 인간 줄기세포 주입을 허용하는 시점을 늦춰잡는 등의 조건을 걸었다. 또 인간의 정자 또는 난자를 지닌 실험체가 나올 수 있는 연구는 계속해서 지원금지 대상으로 두기로 했다. 연구과정에 대한 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키메라 배아 연구지원에 나서려는 것은 의료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동물의 몸에서 인간에게 이식할 장기를 키워내는 기술이 진일보하면 난치병 치료에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미 다른 종류의 쥐끼리 줄기세포를 주고 받아 이식 가능한 장기를 키워내는 기술은 확보된 상태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 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만 2만7900여명이고, 평균 대기시간은 5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뇌·암세포 연구도 키메라를 활용함으로써 급격히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우려하는 시각도 넘쳐난다. 줄기배아 실험체가 인간과 동물의 경계선상에 놓인 괴생명체로 자라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줄기세포가 어떤 시점·조건에서 어떤 장기로 발달할지 심지어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뇌로 발달하는지에 대한 메카니즘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다. 다른 장기를 만들기 위해 동물에 주입된 인간 줄기세포가 뇌로 자라나면 동물의 몸에 인간의 인식을 가진 생명체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인간의 정자·난자를 보유한 키메라가 번식해 또다른 키메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런 생명체의 인권을 인정해줘야 하는지, 인정해준다면 어떤 유형의 생명체까지 인권을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논란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종교계를 필두로 동물에게 인간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것에 대한 반대가 극심한 것은 이때문이다. 존스 홉킨스 생명윤리 연구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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