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노쇠해져 가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외국인 유치를 국가 중점과제로 본격 추진한다.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근무·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각종 걸림돌을 걷어내 해외 인재 유입을 촉진, 초고령화로 늙어가는 일본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외국인들이 가장 큰 불편을 느끼는 병원과 상속세 문제부터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환자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이 현재 20여곳에 불과해 외국인들이 불안감을 느낀다는 지적에 다른 것이다. 우선 올 연말까지 40곳으로 늘린 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100곳으로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일본어를 모르는 외국인도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문진표와 병원 내 간판 등을 외국어로 바꾸는 데 드는 비용(300만엔·약 3254만원)도 정부가 절반을 보조하기로 했다. 병원에 통역요원을 배치할 경우에는 병원 측에 약 900만원을 지원한다.
일본에 거주하던 외국인이 불의의 사고 등으로 사망할 경우, 일본 뿐 아니라 본국에 보유한 자산까지 상속세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던 기존 제도도 손볼 방침이다. 일본 기업이 외국인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려고 해도 이같은 상속세 대한 부담 때문에 자산이 많은 외국인들이 일본행을 꺼려왔다. 경제산업성은 내년부터 해외 자산은 상속세 적용 대상 범위에서 제외시키는 방향으로 재무성·여당과 조정할 계획이다.
일본에서 근무하려는 의지를 가진 외국인들을 위한 문호도 개방한다. 법무성은 간호(개호·介護)복지사 자격을 가진 외국인을 ‘전문 인재’로 간주해 체류자격을 부여할 방침이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간호 분야에서 인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노동 강도가 세다는 이유로 내국인들이 꺼리는 대표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경제연대협정(EPA)을 통해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 국민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교육기관에서 일본어와 간호(개호) 관련 교육을 받으면 일본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이와 관련된 법안은 올 가을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 내년부터 시행에 나설 예정이다.
고도의 기술을 가진 외국인 연구 인력에 대한 영주권 취득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최종 확정됐다.
고도의 기술을 가진 외국인이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체류 연수는 5년이지만 이를 3년 미만으로 단축하는 방향으로 연내에 결론을 낼 예정이다.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보유해 일본 경제 성장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외국인을 뜻하는 ‘고도 외국 인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300만명 가량으로 2013년에 비해 약 5배 증가했다.
최근 ‘뜨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인재 유치도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AI를 주축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 실현을 위해 민·관 협의체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정보기술(IT) 인재 유입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한 뒤 내년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규나 세제 개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외 기업들이 일본에서 사업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대(對) 일본 투자를 늘리기 위한 행정절차 간소화도 추진한다. 현재 일본 정부는 외국계 기업과 세무사들을 대상으로 대일 투자를 가로막는 행정절차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정부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외국인 유치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집권 여당 자민당은 지난 3월 ‘노동력 확보에 관한 특명 위원회’첫 회의를 열고 외국인 근로자 유입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등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강다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