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반독점 당국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종자 가격 인상으로 인한 농업 피해를 우려해 양사 합병안에 대해 전면 조사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가 다우케미컬과 듀폰의 합병이 경쟁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번 조사로 농화학업계 초대형 인수·합병 건들이 극적으로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반독점조사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이 맡는다. 양사의 합병이 종자와 농약 부문의 경쟁을 위축시키고 혁신을 해칠지 여부가 주된 심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스타거 위원은 “농가의 생계는 종자와 농약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며 “다우케미칼과 듀폰의 합병이 종자와 농약 가격을 올리지 않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12월 20일까지 반독점 위반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FT는 다우케미컬과 듀폰이 모두 미국 기업이지만 유럽에서도 대규모의 사업과 고객 기반을 갖고 있어 EU당국이 조사를 벌일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두 회사는 미국과 EU 경쟁당국의 우려를 의식해 합병이 완료되면 통합회사를 3개 회사로 분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EC는 이같은 조치가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베스타거 집행위원은 “양사의 합병이 종자와 농약 등 농산품에 대한 연구·개발(R&D)를 저하시켜 혁신을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우케미컬과 듀폰은 지난해 12월 합병에 합의하고 통합회사인 ‘다우듀폰’을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합병 법인 다우듀폰의 기업가치는 1300억달러(약 143조 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1위 화학회사인 독일의 바스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올 3월에는 중국 국영기업인 켐차이나가 스위스 종자업체 신젠타를 440억 달러(약 48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밖에 독일 바이엘이 640억 달러(약 70조5000억원)을 인수 가격으로 제시하며 미국 종자기업 몬산토 인수를 추진중이다. FT에 따르면 세 건의 M&A가 모두 최종 성사될 경우 합병 후 탄생할 세 기업이 글로벌 농화학시장의 3분의 2 가까이를 차지하게 된다.
FT는 EC의 이번 조사가 유럽과 미국과의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C는 과거에도 미국 기업들의 대형 인수건과 관련해 강한 규제를 들이민 바 있다. 2001년 제네럴일렉트릭(GE)의 허니웰 인수를 무산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C가 반독점 조사에 나섰다고 해서 반드시 합병안이 무산되는 것은 아니며, 합병회사가 일부 자산을 매각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당국의 반독점 우려를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면 합병안을 허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역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 역대 가장 강력한 반독점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건강보험업계에서는 총 850억달러에 이르는 앤섬-시그나, 애트나-휴매나의 합병에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380억달러의 할리버튼-베이커휴즈 합병도 무산시켰다. 미국 정부 역시 다우케미칼과 듀폰 합병안을 조사중이다.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정책책임자로 일했던 반독점법 변호사 데이비드 발토는 “유럽
[노현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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