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주요 경합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크게 앞서며 대세 ‘굳히기’에 들어갔다. 14일(현지시간) 여론조사업체 리얼클리어 폴리틱스에 따르면 이달초 주요 경합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가 트럼프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마리스트와 공동으로 지난 4∼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힐러리가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최대 경합주 플로리다에서 44% 대 39%로 트럼프를 앞섰다. 콜로라도에서는 힐러리 46%, 트럼프 32%로 14%포인트까지 지지율 격차가 벌어졌다. 대표적인 경합지역인 버지니아에서도 힐러리 46%, 트럼프 33%로 13%포인트 차가 났고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48% 대 39%로 9%포인트 힐러리가 앞섰다. 오하이오 , 펜실베니아 등 여타 경합지역에서도 힐러리가 트럼프를 크게 앞서나가고 있어 현재 추세라면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이 확실하다는 진단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7월말 전당대회 이후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발언’과 공화당 주요 인사의 트럼프 지지 철회 등으로 힐러리 대세론에 힘이 실린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힐러리 대세론이 확산되는 한편 멕시코 이민자 비하 발언과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자 멕시코 화폐인 페소화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힐러리 지지율이 상승하면 페소화 가치도 함께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여론조사가 불리하게 돌아고 있지만 트럼프는 13일 펼쳐진 펜실베니아 유세에서 “내가 만일 펜실베니아에서 진다면 그것은 힐러리 진영의 부정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주장,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연일 실언으로 점수를 깍아먹고 있는 트럼프는 최근 법정 진술에서 “대선에 출마한 것이 내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진술한것으로 드러나 대선을 사업수단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또다른 비판에 직면했다. 내달 워싱턴DC에서 개장하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일하기로 했던 셰프 제프리 자카리안이 트럼프의 멕시코 이민자 비하 발언으로 계약을 파기하자 트럼프가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된 재판에서 트럼프는 대선과 사업을 연계시키는 발언을 한데 이어 불법 이민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 역시 선거 캠페인과 사업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가 애초부터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을 노리고 대선에 출마했다는 세간의 의혹을 일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미국 타임지는 트럼프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지지를 거부한 점, 무슬림 미군 병사 유가족에 대해 쏟아낸 비하 발언, 힐러리에 대한 생명위협 교사 논란 등이 트럼프 진영을 스스로 녹아내리게 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막말’로 가까스로 돌려세운 공화당 지도부마저 다시금 등을 돌리게 했다는 것이다.
힐러리는 고액 강연료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소득내역을 공개하고 트럼프의 세금 의혹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힐러리가 공개한 2015년 소득신고서에 따르면 클린턴 부부는 지난 해 1060만달러(117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강연료 수입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440만 달러(48억6000만원), 힐러리 본인이 110만 달러(12억1000만원)였다. 클린턴 부부는 43.2%를 소득세로 냈고 소득의 9.8%에 해당하는 100만4000달러(11억4500만원)를 기부했다. ‘서민의 대변자’를 자처했던 힐러리의 고액 소득규모가 공개되면서 일각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지만 힐러리 진영에서는 트럼프가 납세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공세를 폈다. 트럼프 세금 문제는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지난 2월말 처음 제기한 것이다. 경선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트럼프 사업에 마피아가 연루된 의혹을 꺼내들기도 했다.
힐러리는 트럼프의 납세내역 공개를 촉구하는 동영상을 배포하고 트럼프가 과거 대선 후보 납세자료 공개를 촉구하는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현재 국세청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11월 대선 이전에 납세자료 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고
한편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힐러리 가족 재단인 ‘클린턴재단’ 부패와 관련한 합동수사에 착수했다고 보수성향의 온라인매체가 보도했다. 힐러리가 국무장관 시절, 클린턴 재단이 해외 유력 인사들로부터 집중 후원을 받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개입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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