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 보복관세로 치고 받던 미국과 중국이 급기야 일촉즉발의 통상전쟁 상황으로 내달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조치에 미국 재무부가 환율 관찰대상국 꼬리표를 다는 한편 중국산 철강 저가 공세에 맞서 미국이 반덤핑 관세를 때리자 중국이 미국을 지카 감염국으로 지정, 미국산 수입품에 ‘빗장’을 걸고 나섰다.
이같은 통상마찰에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 사이버 테러에 대한 상호 불신,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대립까지 더해지면서 G2(미·중)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중국이 이번에 미국을 지카 감염국으로 지정한 것은 미국산 제품이 중국 국경을 넘는 데 있어 ‘깐깐하게 굴면서 애를 먹이겠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앞으로 중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화물에 대해 중국 정부가 검역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검역조치가 강화되면 화물 인도가 늦어지고 비용도 늘어날 수 밖에 없어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실제로 먼저 지카 감염국으로 지정된 브라질 커피 수출업체들이 상하이항에 도착한 컨테이너에 살충제를 뿌리는 검역강화조치때문에 수출품을 모두 못쓰게 되거나 브라질 검역 증명서를 인정받지 못해 애를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연간 컨테이너 510만개 분량의 화물을 보내고 있다. 금액으로는 255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지카감염국 지정조치가 단순히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플로리다주에서 지카 바이러스 발생지역이 4곳으로 확대되고 4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미전역에서 지카가 창궐하는 수준은 아니기때문이다. 플로리다 일부지역에서 나타난 지카 바이러스때문에 미국을 지카감염국으로 지정한것은 최근 통상갈등과 관련, 중국이 미국에 가하는 일종의 압박이라는게 일부의 시각이다.
때문에 전격적인 중정부의 지카감염국 지정조치에 대해 미국 정부가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이미 지난 5월 “중국이 미국산 닭발 등에 대해 부당한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중국산 냉연강판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매긴바 있다.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전면 수입금지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북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국의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반발해 중국 정부 역시 지난 18일 미국산 합금강에 대해 최대 48.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22일에는 미국산 닭고기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5년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통상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내달 4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통상마찰 완화 시도가 나올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최국인 중국은 세계경제 동반침체에 대응하기위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정상회의 주요의제로 설정했고 특히 보호무역주의 반대에 관한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고 철강 분야를 비롯한 통상마찰 해소를 위한 타협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중 통상 갈등은 미국 차기 정부에서도 더욱 심화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 힐러리 클린턴의 민주당은 정강에서 “환율 조작국에 대한 책임을 물리고 불공정 무역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덤핑 판매, 국영기업 보조금, 인위적 통화 평가절하 등을 거론함으로써 사실상 중국을 지목했다.
힐러리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중국과의 통상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지난 24일 플로리다 유세에서 “중국은 무역 규정을 가장 많이 위반하는 나라”라며 “재무장관에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무역대표부(USTR)에게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하도록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대선 후보들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G2간 통상마찰이 차기정권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중국 관영 글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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