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레드카펫 없이 中입국…고의로 '홀대' 논란

오바마, 레드카펫 없이 中입국…고의로 '홀대' 논란

↑ 오바마 레드카펫/사진=MBN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 항저우(杭州)를 방문한 가운데 공항에서부터 미국과 중국 양측의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졌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은 3일(현지시간) 인터넷판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 입국 과정에 벌어진, 중국 측의 취재진 통제에 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항저우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처럼 전용기의 앞쪽 문이 아닌, 동체의 중간 부분에 있는 다른 문을 통해 트랩을 내려왔습니다.

통상 외국 정상을 태운 전용기가 공항에 도착하면 공항에서 준비한 레드카펫이 깔린 이동식 계단이 정문 앞에 설치되는데,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마련되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이 전용기 자체 계단을 통해 내려온 것입니다.

G20 참석을 위해 항저우 공항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다른 정상들은 모두 레드카펫이 깔린 계단을 통해 전용기에서 내렸습니다.

이를 두고 중국 외교부 관리는 "미국 측이 이동식 계단 운전자가 영어를 하지 못하고 미국의 보안 지침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평했다"며 이동식 계단 미설치가 미국의 결정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고의로 오바마 대통령을 '홀대'했다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외교적인 무시를 당했다"고 표현했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공항에서의 풍경이 "현재의 (미·중) 관계를 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양국의 신경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항저우 공항 도착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백악관 출입 TV 카메라 기자들이 평소처럼 트랩 아래쪽에 자리를 잡았을 때, 한 중국 관리가 나타나 그곳에서 나가라고 소리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백악관 직원이 나서 "우리 대통령이고 우리 비행기"라며 오바마 대통령 취재에 관한 규칙을 알아서 정하겠다고 항의하자 이 관리는 "여기는 우리나라이고 우리 공항"이라고 맞받으면서 공항 환영행사 취재는 금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뿐 아니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벤 로즈 부보좌관이 비행기에서 내린 후 기체 앞쪽으로 이동하려 할 때도 이런 제지를 당했다고 WP는 전했습니다.

기자들이 머물러 있도록 요구된 장소는 '에어포스 원'의 날개 아래로, 대통령의 모습이 거의 안 보이는 지점이었다고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라이스 보좌관은 "우리가 예상 못 했던 일들"이라고 말했습니다.

3일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임박해서도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백악관 의전팀과 비밀경호국(SS) 직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도착을 준비하기 위해 회담장에 먼저 도착했으나, 보안검색대에서 발이 묶였습니다.

이들을 회담장에 입장시키려는 중국 관리와 보안검색을 담당하는 또 다른 중국 관리 사이에서 몇 명의 미국인을 들여보내느냐를 놓고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는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백악관 직원들은 "1시간 후 대통령이 도착한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가 하면, "제발 진정하라"며 중국 관리들의 말싸움을 말리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두 정상이 도착하기 20분 전, 미국과 중국 관리들은 회담이 열리는 홀에서 계속 티격태격 했습니다.

중국 측은 "미국 기자 12명이 들어올 만한 공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측은 공간은 충분하다고 맞섰습니다.

WSJ은 중국의 반대로 미국 기자단이 오바마 대통령 일행이 이동하는 차량행렬에서 배제됐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이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도록 하자는 백악관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두 정상은 회담이 끝난 후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화기애애하고 편안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 주석이 "요즘도 매일 운동하시느냐"고 묻자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달리기와 아령 운동을 자주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느냐"면서 "농구도 자주 했는데, 몸을 다치는 회수가 늘어서 강도를 낮추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