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파문 오바마-두테르테 깜짝조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막말’을 퍼부었다는 이유로 정상회담을 취소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비공식적으로 조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만남의 수위를 놓고 필리핀측 주장과 백악관 설명에 상당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7일 외신에 따르면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만찬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조우했다고 밝혔다. 야사이 장관은 “두정상이 악수를 하고 2분 가량 돈독히 대화했다”며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가 흔들림이 없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두 정상의 회동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계획된 만남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만 밝혔다. 실제로 만찬 참석과정에서 두 정상이 우연히 만나 의례적인 인사만 나눴을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런데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의식한 필리핀 정부가 의도적으로 두 정상간 만남을 부각시켰다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이 만찬장에 입장한 후에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테이블에 착석했고 1시간20분동안 진행된 만찬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오바마와 두테르테는 지난 6일 비엔티엔에서 첫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었지만 두테르테의 오바마 대통령 욕설파문으로 회담이 전격 취소된 바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일 비엔티엔으로 출국하기전에 “나는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오바마가 필리핀의 마약 용의자 사살 정책에 대해 묻는다면) 개XX라고 욕할 것”이라며 막말을 퍼부었고 정상회담이 취소되자 “미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공격으로 생각됐다면 유감”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