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매경DB> |
슈퍼 리치들이 즐길만한 명품(럭셔리 용품) 구색이 잘 갖춰진 ‘쇼핑 천국’ 도시로서 서울이 태국 방콕이나 일본 오사카보다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 자체의 다양한 매력 뿐만 아니라 볼거리와 먹을 거리가 부족한 때문으로 지적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존스랑라살르(JLL)는 최근 세계 140개 주요 도시의 글로벌 브랜드 진출 현황과 명품(럭셔리)브랜드 진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7일 발표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가장 선호하는 도시와 글로벌 소매 브랜드가 가장 많이 진출한 곳은 상위 3곳이 동일했다. 런던이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집계됐고, 홍콩이 2위, 파리가 3위를 차지했다.
명품 브랜드가 선호하는 도시로 도쿄(4위)와 뉴욕(5위), 상하이(6위), 싱가포르·두바이(7위), 베이징(9위), 오사카·타이페이(10위), 라스베가스(12위), 방콕(13위) 등이 서울(14위)보다 우위에 있었다. 서울이 태국 방콕이나 일본 제2의 도시인 오사카보다도 선호도가 떨어지는 셈이다. 아시아권으로 국한해 순위를 따져봐도 서울은 9위에 그쳤다. 쿠웨이트(15위)나 로스앤젤레스·중국 청두·모스코바(16위) 보다 높은 순위이긴 하지만 서울의 국제적 위상에 비하면 럭셔리 브랜드 진출은 부족한 셈이다.
지난해 버버리와 디올 등 명품 브랜드업체들이 서울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여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명품업체들은 진출 지역이 청담동으로 제한되는 한계가 노출된 상황이다. 뉴욕 소호거리나 도쿄 오모테산도의 경우 메인 거리에 명품 브랜드가 즐비해 있지만 걸어다니면서 곳곳에 귀여운 카페와 디저트 가게, 아트 갤러리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의 명동, 가로수길, 강남역 일대 등 중저가 쇼핑 그 자체에만 치중된 상권도 문제다. 일본의 경우 고급 온천, 유럽은 다양한 문화유적지와 박물관 등 풍부한 콘텐츠로 무장해 수퍼 리치들의 높은 취향을 만족시키면서 명품 쇼핑으로 연계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럭셔리와 소매브랜드 모두 1위를 차지한 런던은 시장 규모와 성숙도, 투명성이 절묘하게 결합돼 지속적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끌어모으는 국제도시라는 점에서 부각됐다. 최근 런던은 템즈강 남쪽 배터시 발전소를 복합쇼핑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유럽 최대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와 크로이든 유통센터와 같이 참신한 유통공간을 개발해 새로운 해외 관광객들을 더욱 끌어모으고 있다.
홍콩의 경우도 조엘 로브숑과 고던 램지, 제이미 올리버 등 유명 셰프들이 앞다퉈 진출해 다양한 먹거리로 수퍼 리치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타이페이도 초고층 빌딩인 타이페이101몰과 지하몰, 야시장 등 다양한 쇼핑 경험을 통해 중국 본토에서 밀려드는 관광객을 만족시킨다. 방콕도 최근 완성된 엠쿼티어, 센트럴웨스트게이트 등 대형 쇼핑센터에서 새로운 경험과 야시장, 거리 쇼핑가 등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티파니와 디올옴므 등 명품 브랜드가 잇따라 진출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전세계 어떤 나라보다 백화점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지만 쇼핑과 연계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 체험형이 아닌 쇼핑 위주로만 관광이 돌아가다 보니 일본, 홍콩 등이 한국보다 더 경쟁력 있는 관광지로 꼽히는 것”이라며 “주변 먹거리, 문화상품이 발전돼야 지속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제임스 아설손 JLL 아태지역 리테일 이사는 “서울은 역동적이면서도 까다로운 소비자 기반을 갖춘데다가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관광객이 몰리면서 국제적 쇼핑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며 “해외 브랜드가 진출하는데 있어서 여전히 백화점이 선호되는 가운데, IFC와 타임스퀘어, 코엑스몰, 롯데월드몰 등 쇼핑센터이란 새로운 유통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설손 이사는 “토미힐피거 매장의 디지털 쇼룸이나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 진출 사례에서 보듯 최근 온라인·모바일 쇼핑, 가상현실 등 다양한 디지털 경험을 물리적 공간과 융합하려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IT강국인 한국에서 이같은 새로운 시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후 스타
[이한나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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