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투표한다면?
워싱턴포스트(WP)가 선거구별 지지율을 조사해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선거인단 분포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341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197명의 선거인단을 얻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크게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WP의 이번 조사는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 방식을 취하는 미국 대선의 특성을 감안해 각 주별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종합해 주별로 승리자가 선거인단 독식을 하는 방식으로 결과를 예측했다.
애틀랜틱이 이날 발표한 지난 5~9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힐러리는 49% 지지를 얻어 38%에 그친 트럼프를 11%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힐러리는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10% 포인트 이상 격차로 앞서며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에서 벗어났다. 10일 공개된 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힐러리와 트럼프의 지지율은 46%대 35%로 11%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각 주별로 진행되고 있는 조기투표가 힐러리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결과는 1·2차 TV토론에서 힐러리가 판정승한 것에 더해 트럼프의 과거 여성비하·음담패설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부동층의 지지가 힐러리 편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자질 논란으로 비화돼 온 트럼프의 ‘막말’은 미국 대선지형에 과거와는 다른 3가지 변화를 초래했다.
우선 전통적인 민주당과 공화당 텃밭에 변화가 일고 있다. 공화당 지지가 강했던 남부의 애리조나와 뉴멕시코는 민주당 성향으로 돌아섰다.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두 지역은 히스패닉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트럼프의 히스패닉 비하 발언이 다수 유권자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애리조나의 경우 지난 8월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4%포인트 앞섰으나 이달 조사에서는 힐러리가 역전했다.
역대 대선에서 초경합지로 분류됐던 펜실베니아는 민주당 성향 지역으로 변모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펜실베니아에서 열렸던데다, 트럼프의 세금회피 의혹과 여성비하 발언 등으로 펜실베니아에서 실시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가 10%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트럼프를 앞섰다.
트럼프의 여성비하 발언과 음담패설 녹음파일 공개는 미국 전역의 여성 유권자들을 힐러리에게 결집시켰다.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당시 상원의원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여성표가 오바마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선거 공식이 붕괴된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성 유권자의 지지는 힐러리 61%, 트럼프 28%로 후보간 격차는 점점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와 상·하원 의원 중 상당수가 트럼프 지지를 거부하면서 미국 대선이 처음으로 양당 대결구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와 의원들이 힐러리에게 투표하는 교차투표도 예상된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이지만 마치 무소속 후보인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USA 투데이가 공화당 소속 주지사 31명, 상원의원 54명, 하원의원 246명 등 선출직 공화당 정치인 3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26.2%인 87명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원 의원 중 28명은 힐러리를 찍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USA 투데이는 “현대 미국 정치사에서 민주·공화 양당의 선출직 정치인이 자당 대선 후보를 이렇게 집단으로 거부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4주를 남기고 있는 대선은 양대 선거캠프의 폭로전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고 비호감 후보의 대결인 만큼 정책비전을 제시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보다 상대의 약점을 폭로해 상대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전당대회 이후 민주·공화 양당의 정책대결은 이미 실종 상태다.
트럼프가 과거 출연했던 TV 리얼리티쇼 미방영분 중에 최근까지 터져나온 음담패설보다 더 심한 내용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방영분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트럼프의 세금회피 의혹과 관련한 추가 증거가 폭로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반면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힐러리 진영의 존 포데스타 선대본부장의 이
두 후보의 건강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이 폭로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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