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연일 ‘선거 불복’ 의지를 내비치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 불복’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고 판세 역전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지면서 유권자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 오하이오 유세에서 “나는 이 위대하고 역사적인 대선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점을 공언하고 싶다. 다만, 내가 이긴다면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확실한 선거 결과만을 수용할 것”이라며 “만약 결과가 의심스럽다고 느껴지면 이의를 제기하고 법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제3차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선거 불복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재차 선거 불복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 핵심인사들조차 트럼프이 선거 불복 의지에 대해서는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선거결과를 수용하는 것은 모든 지도자의 첫 번째 의무”라고 일갈했다. 공화당 소속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트럼프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선 것 같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와 자신의 딸 이방카 트럼프조차 대선 결과에 대해서는 승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가진 힐러리 지원유세에서 “트럼프의 선거불복 시사는 단순한 막말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시도”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는 선거를 시작하기도 전에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미국 최초의 대선 후보”라고 지적하고 “트럼프가 어떤 시비도 걸지 못하게 힐러리가 대승을 거둘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모아 달라”고 촉구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통해 “선거가 조작됐다는 주장은 무책임하고 미국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방송 등 모든 주요 언론사들도 트럼프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NYT는 ‘트럼프의 민주주의에 대한 경멸’이라는 사설로 비판했고 USA투데이는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트럼프의 미국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트럼프가 대역전을 연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지난 19일을 기준으로 미국의 주요 여론조사기관이 힐러리와 트럼프의 선거인단 확보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모든 조사에서 힐러리가 선거인단 과반수 270명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나타났다.
FOX뉴스 조사에서는 힐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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