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 대사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낸 미국 외교관 성 김 대사가 때아닌 곤경에 처했다.
올해 말부터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로 새 임무를 시작해야 하는 성 김 대사는 예상치 못했던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등장으로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를 복원해야 하는 막중한 숙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미국 국무부에서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일하던 성 김 대사가 주 필리핀 대사로 지명된 것은 지난 5월. 당시만 하더라도 필리핀은 친미 성향의 베그니노 아키노 전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었다. 필리핀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전통적인 우방으로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에서 미국의 편에 서는 등 미국과의 친분을 과시해 왔다.
성 김 대사는 주한 미국대사,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을 맡아 한반도 정책을 무난하게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동맹국인 필리핀 파견이라는 혜택을 얻었다. 미국 국무부 내에서 동맹국 대사로 나가는 것은 상당히 좋은 임지를 배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성 김 대사가 지명되고 한 달 만인 지난 6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퍼붓는가 하면 급기야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친중국 노선으로 돌아섰다.
내달 중순 임지인 필리핀으로 떠나는 성 김 대사는 두테르테 대통령에 맞서 미국과의 관계 복원, 필리핀 인권문제 해결, 남중국해 분쟁에서의 필리핀 설득,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지원 등 복잡다단한 역할을 맡게 됐다.
성 김 대사는 서울에서 태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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