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최근 ‘선거 불복 운동’을 지속적으로 암시하면서 패배한 대선후보가 승리한 후보보다 먼저 패배선언을 하는 미국의 전통이 지켜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에선 토머스 듀이 공화당 대선후보와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맞붙었던 지난 1948년 대선때부터 패배자가 먼저 패배선언을 하는 게 관례가 됐다. 듀이는 선거 다음날 트루먼 대통령에게 전보를 보내 축하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이런 현상은 집계 시스템의 발전으로 결과 통보가 빨라진 점, 그리고 TV의 보급으로 개표 결과가 전국에 전달된 데 힘입은 현상으로 분석됐다. 또 진 후보가 먼저 패배를 인정함으로써 미국 정치에 아름다운 ‘승복의 문화’를 만드는 데도 기여했다.
최근 선거에서도 이 전통은 꾸준히 지켜졌다. 2008년 대선 때는 선거 당일 오후 11시 24분에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가 패배선언을 했고 그로부터 45분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임에 성공한 2012년 대선 때도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가 오전 1시 2분 패배선언을 할 때까지 기다리다 46분 뒤 승리 연설에 나섰다.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는 선거 다음날 오후 2시 30분에 패배 연설을 했고, 46분 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승리 연설에 나섰다.
2000년 앨 고어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례적으로 패배를 인정했다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역사상 가장 박빙의 승부로 평가된 이 대선에서 부시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에서 537표 차로 승리한 게 승패를 가른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후 개표 오류 논란이 일자 고어는 패배 선언을 번복하고 재검표를 요구했다. 고어는 결국 연방대법원이 결과에 변동이 없다고 판결하고 나서야 확실히
물론 패배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트럼프가 투표일이 되기도 전에 패배 불복을 시사하는 초강수를 두며 미국의 아름다운 정치 문화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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