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입국금지·멕시코 장벽건설…트럼프 공약 의회 승인 필요
↑ 트럼프/사진=연합뉴스 |
무슬림 입국금지, 멕시코와 맞닿은 국경에 장벽 설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기, 테러리스트 물고문 재도입 등등.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표심을 얻고자 내건 공약들이 얼마나 실현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가 선거 기간 내내 약속한 오바마케어의 폐기는 의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공화당은 이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한 오바마케어를 무력화할 목적으로 법안(H.R. 3762)을 발의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에 부딪혔습니다.
결국 하원으로 되돌아온 법안은 하원에서 유효 투표에 해당하는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공화당은 오바마케어의 시행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공화당이 상·하원 장악에 다시 성공한 상황에서 백악관 주인까지 배출하면서 오바마케어의 폐기 또는 대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멕시코 이민자를 성폭행범으로까지 몰아붙이며 국경 장벽 설치를 외쳤던 트럼프의 꿈이 실현되려면 역시 의회 문턱을 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국경 장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예산이 의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트럼프는 멕시코에서 비용 부담을 전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멕시코가 순순히 자금을 댈 리 없습니다.
WP는 트럼프가 장벽 설치 비용을 멕시코에 떠넘기려고 "무역 제한 위협이나 마약 관련 사법 활동 강화로 멕시코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로 작업장을 옮기는 기업에 관세 형태의 추가 부담을 지우겠다는 공약과 총기 자유 스쿨존 폐지, 이란 핵 합의 재협상 등도 의회 승인이 필요한 사항입니다.
미국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물고문 등 강한 심문 기법의 도입도 의회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강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가 이민자 적대정책으로 내세운 무슬림 입국금지는 헌법에 위배되거나 현행법과 충돌할 것이라고 법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모스크(이슬람 사원)의 감시 강화 역시 법원으로부터 헌법상 권리들을 재해석 받아야 가능합니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등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 또는 폐기 공약의 경우 트럼프에게 권한이 주어지긴 하지만 증시와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WP는 통상 후보들이 선거 유세에서 유권자들의 표를 얻으려고 이런저런 약속을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공약을 이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쿠바에 있는 관타나모 미군 수용소의 폐쇄를 약속했지만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임기 막바지가 되도록 문을 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에게도 공약을 지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임기 초반에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약속들도 있습니다.
최대 1천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유예한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트럼프는 백지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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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이 대선을 거치며 분열과 갈등으로 두 동강 난 상황에서 경쟁자를 바로 응징하는 모습은 트럼프에게도 정치적인 부담이 따릅니다.
트럼프에게는 자신을 찍지 않은 절반가량의 유권자를 품고 통합의 미국을 만들어야 할 최우선 과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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