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알렉산더 판 데어 벨런 후보가 극우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를 누르고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오스트리아 ORF방송은 4일(현지시간) 초기 개표에 근거해 판 데어 벨렌은 53.6%의 지지를 얻어 46.4%에 그친 극우 호퍼를 큰 격차로 앞섰다고 보도했다.
헤르베르트 키클 자유당 수석전략가는 “판 데어 벨렌 후보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호퍼는 이날 페이스북에 “매우 슬프다”며 패배를 인정한 뒤 판 데어 벨렌에게 축하한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 4월 치른 대선에서 1차 투표 때 2위를 차지한 판 데어 벨렌은 결선 투표에서 득표율 0.6% 차이로 호퍼에 승리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부재자 투표 부정 의혹으로 재선거를 치르라고 결정했다.
판 데에 벨렌는 이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자유와 평등, 연대에 바탕을 둔 유럽을 지지하는 오스트리아의 승리”라고 말했다. 국민당과 사민당 등 양 정당과 노동계도 그의 당선을 환영했다.
‘유럽의 오바마’로 불리는 판 데어 벨렌은 이민자 집안 출신이다.
고향은 오스트리아 빈이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네덜란드계 러시아인과 에스토니아인이다. 그의 부모는 스탈린 체제 아래에 있던 소련의 탄압을 피해 러시아로 넘어온 난민이었다.
인스브루크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빈 대학 교수를 지낸 판 데어 벨렌은 1994년 의회에 입성한 뒤 1997년부터 2008년까지 녹색당 대변인과 당수를 지냈다.
이번 대선에는 자유당에 맞선 중도좌파 진영과 무소속 연대 세력의 후보로 나왔다. 그는 5월 대선 결선투표에서도 여론 조사에서 호퍼에 밀렸지만 간발의 차이로 승리했다.
오스트리아는 양대 정당 후보가 1차 투표 때 호퍼에게 큰 차이로 밀리면서 결선 투표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 대통령을 배출하는 나라가 될 뻔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5월 결선 투표 때도 극우 정당이 집권하는 것에 반발해 판 데어 벨렌에게 투표했던 것처럼, 다시 표를 몰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제 판 데어 벨렌은 이날 재선거 전까지 9번의 여론조사에서 호퍼를 단 한 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판 데어 벨렌은 선거 운동 기간에 “나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호퍼의 당선은 막아야 한다”며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영국 BBC는 “내년 선거를 앞둔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에서 반이민, 반주류 기치를 내건 포퓰리즘이 세력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나온 오스트리아의 선거 결과는 매우 놀랍다”고 평가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판 데어 벨렌이 오스트리아 극우 바람을 잠재우면서 유럽연합(EU)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호퍼가 당선돼 오스트리아까지 EU 탈퇴를 거론하는 국면을 맞게 되면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에 이은 충격파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포퓰리즘 열
오스트리아의 대선 개표 결과는 이르면 5일 저녁 늦게, 늦으면 6일 오전에 나올 전망이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