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伊 은행 줄도산 위기에 유럽 금융위기설 '대두'
↑ 이탈리아 국민투표 / 사진=연합뉴스 |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을 묻는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부결로 결론나면서, 취약한 이탈리아 은행들이 줄도산에 내몰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마테오 렌치 총리가 사퇴를 선언함에 따라 내년 상반기 조기총선까지 과도정부가 통치하게 되면 막대한 부실채권으로 도산위기에 몰린 이탈리아 은행에 직격탄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내년 상반기 조기총선에서 개헌안 반대운동의 선봉에 섰던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과 반(反)이민·반 유럽연합(EU)을 주장하는 극우 북부리그(NL)의 영향력이 확대되면 이탈리아가 유로존을 떠나는 '이탈렉시트'(Italexit)가 현실화하면서 세계 경제에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 피자가게보다 많은 은행지점…이탈리아 8개 은행 줄도산하나
5일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부결로 결론 나 정치권이 힘을 잃게 되면서 한창 증자와 부실채권 재조정에 나선 이탈리아 은행권은 도산위기에 내몰리게 됐습니다.
당장 가장 취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이탈리아 3위 은행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BMPS)는 연말까지 도산을 피하기 위해서는 50억 유로의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데, 이를 완료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자문기관인 JP모건과 메디오방카는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이날 오전 기존 유상증자 안을 계속 밀고 나갈지 논의할 계획입니다.
BMPS는 유상증자의 전제조건으로 꼽히는 출자전환을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 은행은 2일 10억 유로의 부실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데 가까스로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이는 전체 출자전환 대상 부실채권 43억 유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유상증자를 위해서는 이 밖에 주요 투자자로부터 현금을 확보해야 합니다.
앞서 파이낸션타임스(FT)는 BMPS는 물론 중소은행인 포폴라레 디 빈첸자, 베네토 방카, 카리게, 방카 에르투리아, 카리키에티, 방카 델레 마르케, 카리페라라 등 모두 8개 은행이 청산절차를 밟게 될 수 있다고 업계와 금융당국의 평가를 바탕으로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같이 이탈리아 은행이 대거 도산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금융시스템 전반에 패닉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은행권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지속된 고질적 문제입니다. 이탈리아에는 은행지점이 피자가게보다 많을 정도로 고비용 저수익구조가 굳어져 있습니다.
유럽은행감독청(EBA)에 따르면 이탈리아 은행의 대출 중 부실대출 비율은 17%로 유럽연합(EU) 은행 평균인 5.6%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은행의 5%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대출 액수는 모두 3천600억 유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4배 폭증해 국내총생산(GDP)의 17%에 이릅니다.
이탈리아 은행권의 또 다른 치명적인 특성은 은행채 투자자 중 개인투자자 비중이 45%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이탈리아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자 이탈리아 최대은행인 우니크레디트는 재빨리 자구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우니크레디트는 산하 자산운용사 파이오니어를 30억 유로 이상에 프랑스의 아문디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FT가 이날 보도했습니다. 도산위기에 몰린 BMPS와 차별화를 위해서입니다.
◇ 유럽발 글로벌 금융위기 도화선 되나…ECB 양적완화 연장 예상
이탈리아 은행발 불안은 유로존을 거쳐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1bp=0.01%포인트) 상위권에는 유럽은행들이 포진해있습니다.
도이체방크가 224bp로 가장 높고 이탈리아 최대은행인 우니크레디트가 218bp, 스페인의 덱시아 크레디트가 195bp, 이탈리아 2위 은행인 인테사 산파올로가 166bp, 스위스 최대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가 148bp 등입니다.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은행도 부실이 산적해 있어 이탈리아 은행발 불안은 전염될 가능성이 큽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페인 방코 포풀라 은행의 부실대출 규모는 320억 유로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경기침체로 가계의 부채상환이 지연돼 수익여건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국영 저축은행은 부실채권 처리를 위한 자본확충안을 최근 승인받았고, 포르투갈 상업은행은 중국 푸싱그룹에 지분 16.7%를 매각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오는 8일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 프로그램 연장은 물론, 이탈리아 국민투표 결과를 감안한 시장안정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유럽팀장은 "ECB가 내년 9월 또는 말까지 양적완화를 연장하고, 이탈리아 국채 매입 확대 등 시장안정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국민투표가 부결된 상황에서 과도정부에서는 이탈리아 은행 문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 5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8일에서 지난 2일까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89%는 ECB가 내년 3월 종료되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연장하거나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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