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에 진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부결' 이끈 베페 그릴로는 누구?
↑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 사진=연합뉴스 |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를 부결로 이끌고 마테오 렌치 총리의 운명을 가른 야권의 대표주자는 좌우를 아우르는 새로운 포퓰리즘 정치운동을 이끈 베페 그릴로(68) 오성운동 대표입니다.
코미디언 출신인 그릴로는 화려한 몸짓과 과감한 언사로 이목을 끌어 오성운동의 인지도와 인기를 끌어올린 뒤 정치권 부패와 경제 실정(失政)을 공략해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전략으로 반(反)기성체제 정치운동을 주류로 올려놓았습니다.
그릴로는 이번 국민투표를 앞두고 "이탈리아는 진흙탕에 빠졌다"며 렌치 정부에 대한 심판을 호소해 결국 과반을 반대로 이끌었습니다.
본명이 주세페 피에로 그릴로인 그는 어릴 적 회계학을 공부했으나 대학을 마치지 않았고 코미디언의 길로 들어서 각종 TV쇼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습니다.
1980∼1990년대 부패 정치인에 대한 활발한 정치 풍자에 나선 그는 베티노 크락시 당시 총리를 비판했다가 공영방송 RAI 등에서 퇴출당했습니다.
2005년부터는 블로그를 운영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정치 활동가로서 기지개를 켰습니다.
전통적 매체를 벗어나 인터넷을 통한 활동은 결국 그릴로에게 가장 튼튼한 정치적 발판이 됐습니다. 현재 트위터에서만 225만명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그가 직접민주주의 확대와 반부패, 반유럽연합(EU)을 기치로 2009년 세운 오성운동은 좌·우파로 나뉘는 기존의 정치로 분류되지 않는 새로운 포퓰리즘 운동으로 상승세를 탔습니다.
2013년 총선에서 급부상해 현재 하원 630석 중에서 91석, 상원 315석 중 35석을 확보한 제1야당이며 여론조사 지지율은 30%에 육박합니다. 6월 지방선거에서도 로마(비르지니아 라지)와 토리노(키아라 아펜디노)에서 시장을 배출했습니다.
코미디언 출신으로서 '광대'라는 별명답게 그릴로는 거칠고 자유로운 화법을 구사하며 기성정치를 공격해 대중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그릴로의 멘토였고 최근 타계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다리오 포는 그를 가리켜 13세기 음유시인에 빗대면서 "군중의 초현실적 환상을 활용할 줄 알고 손쉽게 분위기를 바꾸며 필요한 순간에 가장 정확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했습니다.
직설화법에 더해 비정치인 출신으로 전통 언론의 외면 속에도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한다는 점에서 그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종종 비교되기도 합니다.
이번 국민투표를 "경제·반부패 개혁에 나서지 않는 렌치 총리의 실정에 대한 심판"으로 몰고 간 것도 그릴로입니다.
유로존 탈퇴, 자유무역 반대, 빈곤층 감세를 내세우고 더 투명한 정부를 요구하는 그는 캠페인 기간 투표일을 'V데이'로 지칭했습니다. 'V'로 시작하는 이탈리아어 욕설과 '복수'(vendetta)를 동시에 뜻하는 말입니다.
렌치 총리가 공언한 대로 사임한다고 해서 바로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한 총선이 치러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국민투표 부결로 정세가 요동치면서 시선은 그릴로가 차기 총리가 될 수 있느냐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EU에 회의적인 오성운동의 집권은 이른바 '이탈리브'(Ita
다만 그릴로는 오랫동안 총리가 되고자 하는 야심은 없다고 말해 왔으며, 1980년 차량 운전 중 낸 사고로 과실치사 유죄를 선고받은 전력도 총리 도전에 법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은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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