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즉 가족의 많은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총리직 수행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었습니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가 5일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총리로 8년, 국민당 대표로 10년을 보낸 정치인이 권력이 아닌 가족을 선택했다.
키 총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대지진에 적절히 대처하고 경제를 계속 성장으로 이끌면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나이도 55세로 한창인 만큼 내년 총선에서도 무난히 총리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뉴질랜드 언론은 키 총리의 예상 못한 사임과 관련해 2살 연하의 아내 브로나(53)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언론들은 브로나가 남편에게 사임을 권유했다고 전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나와 총리직 중 택일을 하라”는 식의 ‘최후통첩’을 했다는 보도마저 내놓고 있다. 두 사람은 고등학생 시절 만나 1984년 결혼했고 두 자녀를 두고 있다.
키 총리는 사임을 발표하면서 가족 문제를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꼽았다. 키 총리는 “아내 브로나는 많은 밤이나 주말을 홀로 보내야 했고, 그녀에게 중요한 많은 행사에 나는 참석할 수 없었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또 “딸 스테파니와 아들 맥스는 10대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엄청난 사생활 침해와 압박감에 시달려야 했다”며 아이들이 잘 견뎌준 데 감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키 총리는 브로나가 최후통첩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면서 가정으로 돌아가야 할 적기였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재임기간에 최선을 다했다며 정치인으로 걸어온 그간의 생활을 회고했다. 키 총리는 스스로 한 번도 직업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나는 지금까지 내가 가진 것을 모두 쏟아 부었다. 이제 탱크에 남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키 총리는 얼마 전 하와이 가족여행 때를 포함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브로나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눠왔다며 만일 자신이 4번째 임기를 희망했다면 아내가 지원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의회 생활을 많이 하는 것으로 정치적 성공을 재단하려 하지도 않았다면서 이제는 자신과 국민당의 미래를 위해 물러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키 총리는 본래 2017년 하반기에 열리는 총선 이전에 그만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이제 조용한 생활과 함께 아내와 여행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을 포함한 해외에서 일자리를
전임자인 헬렌 클라크 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존 키는 총리로 8년을 보내는 동안 뉴질랜드를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일해왔다”며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결정을 존중하며 미래도 잘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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