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헤흐스 사무총장 취임일성 “유엔 더 빠르고 유연한 조직으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제9대 유엔 사무총장 당선인이 12일(현지시간)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구테흐스 유엔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포르투갈 총리 출신인 구테흐스 당선인은 이날 열린 유엔총회에서 193개 회원국 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유엔의 이익을 위해 사무총장의 역할을 하겠으며 어떠한 정부나 기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는 요지의 선서를 했다. 선서 과정은 피터 톰슨 제71차 유엔총회 의장이 이끌었다.
그는 반기문 사무총장을 이어 내년 1월 1일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임기는 5년이다. 구테흐스 당선인은 취임 연설에서 “회원국들이 믿음과 신뢰로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데 무한한 영광”이라고 감사를 나타낸 뒤 정치 지도자들의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국민과 지도자의 관계를 재건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 예멘, 남수단 사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같은 고질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조정, 중재, 창의적인 외교력이 필요하다고 밝혀 자신이 분쟁 해결에 뛰어들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
구테흐스 당선인은 반 총장에 이어 유엔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예고했다. 유엔을 더 단순하고 유연하며 분권형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유엔은 변화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유엔은 지난 수십년 동안 평화를 위해 기여해왔지만, 이제 외부의 도전은 우리의 대응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 한 명을 현장에 배치하는데 9개월씩 걸린다면 누구에게도 도움을 줄 수 없다”며 “유엔은 더 빠르고 효율적이고 효과를 내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테흐스 당선인은 향후 집중해야 할 3개 영역으로 세계 평화 건설과 유지, 지속가능개발목표의 달성, 유엔의 내부개혁을 꼽았다. 유엔 외교가에서는 유엔 사무차장과 총장 비서실장에 여성을 기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반기문 사무총장은 온실가스 감축 체제인 파리기후변화협정을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으로 성사시킨 공로로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로부터 ‘2016 세계의 사상가’ 100인에 선정됐다. 반 총장은 파리협정의 발효에 필요한 55개국에 대한 설득 작업을 통해 파리협정 체결 1년도 안 돼 지난달 파리협정을 공식 발효시키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