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한 것보다 매파적(hawkish)이었다. 다음 금리인상 시점으로 내년 3월도 가능하다는 점을 명백히 시사하고 있다.”(짐 오설리번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
미 월가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행보에 화들짝 놀랐다. 내년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3차례가 될 수 있다는 연준 위원들의 생각은 2차례를 예상했던 주요 투자은행들의 컨센서스를 뛰어넘었다. 이 때문에 다음 인상시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내년 6월이 아닌 내년 3월로 앞당겨졌다.
월가 금융기관 관계자는 “내년 2번 인상을 전제로 할 때 연준이 내년 6월까지 경제 여건을 관망하거나 심지어 9월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예상이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3월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연준은 1월 31일~2월 1일에 내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개최하며 3월 14~15일 회의가 두번째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14일(현지시간) FOMC 회의 후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2017년 금리인상 속도는 상당히 완만할 것”이라고 재차 공언했지만 시장이 느끼는 감은 사뭇 다르다. 0.25%포인트씩 1년에 3차례 올리는걸 점진적 인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이는 꽤 가파른 상승세라는 반응이다.
톨스텐 슬록 도이치뱅크 전무는 블룸버그TV에 “옐런 의장이 항상 비둘기파는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순간 한방 얻어맞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월가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대목은 또 있다. 연준이 이날 발표한 경제 전망은 내년 초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확대 계획을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준의 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2017년 2.1%, 2018년 2%, 2019년 1.9%다. 이러한 숫자는 인프라 투자, 감세, 규제완화의 경기부양책 ‘3종세트’를 가동해 연 3~4%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의중이 투영되지 않은 것이다. 미 실업률이나 물가상승률도 지난 9월 전망치와 거의 같다.
이안 셰퍼드슨 판테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내년 3회 인상을 시사한 연준 위원들의 판단은 트럼프노믹스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현 경제 여건만을 감안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옐런 의장이 트럼프 당선자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내년 3회 전망에 다소 영향을 준 변수였을 수 있다고 기자회견 때 언급했지만 주요 고려요소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 실업률은 4.6%까지 떨어지고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올해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이 3.2%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폴 애쉬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재정확대 정책을 감안하는게 현실적이며 그 경우 내년 성장률은 2.7%에 달할 것”이라며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4번 올려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물론 연준의 전망대로 금리가 쉽게 올라갈 수 있는건 아니다. 연준은 작년 12월에 9년 6개월 만의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2016년 4차례 금리인상을 시사했지만 결과적으로 1차례 인상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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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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