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인공지능비서 '에코'를 증언대에 세우려는 미국 검찰과 이를 막기 위한 아마존의 공방이 뜨겁다.
검찰이 살인 용의자 집에 설치된 에코의 음성녹음 기록을 요청했지만 아마존은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를 주장하며 거부하고 있다. 에코가 선풍정 인기를 끌어 대중화된 만큼 검찰과 아마존의 대결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아칸소주 벤턴빌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수사과정에서 지방검찰과 아마존이 이처럼 대립하는 중이라 보도했다.
사건당일 용의자인 제임스 앤드류 베이츠는 피해자 빅터 콜린스를 포함해 지인 2명을 자택으로 초대했다.
다음날 아침 콜린스가 숨진채로 욕조에서 발견됐고 검찰은 베이츠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베이츠는 아침에 잠에서 깬 후에야 콜린스의 사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지만, 시체가 발견되기 전 새벽시간에 대량의 물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베이츠가 혈흔 등 사건흔적을 지우기 위해 물을 썼다고 추정했다.
검찰이 아마존에 에코 음성기록을 요청한 것은 추가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에코는 집안 곳곳에서 사람의 음성을 인식해 명령을 수행하고, 음성기록을 녹음해둔다. 그러나 검찰이 사건현장에서 에코의 하드웨어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사건당시의 음성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 대부분의 음성기록은 아마존 본사로 전송된 후 하드웨어에서는 삭제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반발하고 나섰다.
아마존 대변인인 킨리 퍼살은 성명을 통해 "범죄혐의가 입증되지도 않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넘겨줄 수 없다"며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부적절한 요청은 거절하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관련된 모든 기록을 제출하라는 검찰의 요청을 따르지 않고, 베이츠의 구매내역과 에코 이용 시간이 담긴 자료만 넘겼다.
한편 아마존이 콜린스 사망 현장의 음성기록을 갖고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에코가 주변 음성을 상시녹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에코는 평소 휴면상태로 대기하다가, 이용자가 "알렉사(에코의 인공지능 운영체제)"라 불러 작동시킨 후부터 음성인식을 시작한다. 집안 멀리서도 음성을 인식할 수 있게 설계됐지만 사각지대의 음성을 놓쳤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은 향후 가정에 설치된 인공지능 기기가 담고 있는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법적증거로 활용할 수 있을지 논쟁의 가늠좌가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해 에코 판매수량이 400만~5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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