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당수가 대선 자금 때문에 '사이가 소원해진' 아버지에게 손을 벌린 사실이 밝혀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3일(현지시간) 르펜 당수는 은행 등 전통적인 자금 조달 방식을 통해서 대선자금을 거두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 때문에 결국 아버지 장마리 르펜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르펜 당수는 장마리 르펜의 정치기금에서 총 600만유로(약 75억 7000만원)의 자금을 조달받았다.
플로리앙 필리포 국민전선 부 대표에 따르면 프랑스 은행에서 르펜 당수의 대선자금 대출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펜 당수는 지난 2014년에 한 프랑스 은행으로부터 900만 유로(약 113억 5000만원)를 대출받았으나 현재 이 은행은 파산한 상태다. 결국 어느 곳에서도 대선자금을 마련할 수 없게 되자 아버지에게 SOS를 요청한 것이다.
르펜 대표는 지난 2015년 나치 옹호와 극심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비판받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을 당에서 퇴출시켰다.
당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감행한 일이었다. 르펜 당수는 그 이후로 장마리 르펜과의 연관성을 최대한 봉쇄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FT는 이번 대선자금건으로 "르펜 당수와 장마리 르펜의 연결고리가 다시한번 부각됐다"고 표현했다.
필리포 부 대표는 이같은 비판을 인식하고 600만 유로가 장마리 르펜 개인이 아니라 국민전선 대선자금 조달을 위해 마련된 회사로부터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은행들이 원하는 정당만 골라서 자금 대출을 승인해 주는 것 같다"며 "프랑스의 금융 시스템이 국민전선을 민주주의에서 배제시키는 것만 같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금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별개로 르펜 당수는 여전히 대선후보 중 지지율 2위를 달리고
미국 CNBC는 "최근 한 여론조사가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가 거뜬히 르펜을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르펜의 저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르펜 당수는 반(反) 이민주의와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를 내세우며 노동자 계층 표심 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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