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국인의 약 절반 가량이 유럽연합(EU) 단일시장 접근권보다 이민자 규제 정책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영국 갤럽 ORB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영국인 중 46%가 "이민자 규제 정책이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얻는 것 보다 중요하다"는 논리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영국인들은 39%에 그쳤다.
이는 동일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던 작년 11월과는 반대되는 결과라 더 주목된다. 당시에는 '동의한다'가 41%, '동의하지 않는다'가 43%로 집계됐다. 즉 불과 3달 전만 해도 영국인들은 EU단일시장 접근권이 이민자 규제 정책보다 중요하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영국인들이 이같이 마음을 바꾼 데는 영국 정부의 갈팡질팡한 입장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EU단일시장 접근권에 대한 입장은 자주 바뀌는 반면 이민 규제 정책에 관한 강경 기조는 비교적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니 헤럴드 ORB 소장은 "사람들은 EU단일시장 접근권과 이민자 규제 정책 중 하나만 고를 수 있다면 이민자 규제 정책을 고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 7월 부임한 후 지난 6개월 동안 브렉시트 노선을 번복하며 혼란을 야기했다.
EU 단일시장 완전 탈퇴를 뜻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예고했다가 기업들의 비난이 일자 "EU단일시장 접근권은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시 말을 바꾸는 등 그럴싸한 브렉시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영국 정부가 리스본50조약 발동 시기로 점쳐놓은 올해 3월 말이 약 2달 남은 현재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메이 총리는 지난 6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EU 회원국 지위 일부 유지를 시도하지 않겠다"며 "더는 EU 회원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하드 브렉시트'를 재확인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다음 날 "EU 단일시장 탈퇴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며, 언론이 내 의도를 잘못 전달한
이에 외신들은 "브렉시트에 대해 메이 총리 본인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한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며 비난을 이어갔다. ORB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62%가 메이 정부의 브렉시트 협상 능력에 대해 불신한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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