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 불법 이민자들에게 미국에 머물 수 있게 특혜를 준 정책을 폐기한다.
오랜 기간 이 정책을 비판해온 쿠바 정부에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미국과 쿠바간 관계 정상화에 대못을 박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와 외교관계 정상화를 이뤄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쿠바와의 관계에서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어 '오바마 흔적 지우기'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비자가 없어도 일단 미국 땅을 밟기만 하면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게 해주는 이른바 '젖은 발, 마른 발' 정책을 폐기한다고 12일(현지시간)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정책 폐기는 곧바로 발효되며 이날 미국·쿠바 양국이 이같은 내용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젖은 발, 마른 발' 정책은 1995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도입했다.
이 정책에 따르면 쿠바인이 실제 미국 땅을 밟았는지가 이민 허용의 기준이다. 미국으로 망명하려던 쿠바인이 해상에서 붙잡히면 본국으로 송환되지만, 일단 미국 땅에 내리는 데 성공하면 정부의 보호 아래 합법적으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쿠바 정부는 그간 이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이같은 특혜성 정책이 쿠바인들의 불법이민을 부추기고 전문인력의 유출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토안보부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에만 5만5000명의 쿠바인들이 미국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쿠바 당국은 지난 2015년 외교관계 정상화에 힘입어 미국과 지난 몇 달간 협상을 진행해온 끝에 정책 폐기를
또 이는 쿠바와의 외교 정상화를 추진해온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업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쿠바와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트럼프 당선자가 국교를 다시 끊어버리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이같은 친(親)쿠바 정책이 지속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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