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호무역을 중심으로 하는 고립주의적인 세계질서 재편을 리드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엔 유럽정치까지 간섭하며 '브렉시트'를 선택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를 추켜세우고, 난민수용에 나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판하면서 고립주의 본색을 드러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는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며 "앞으로 굉장한 일이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반면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해 "어디 출신인지도 모르는 불법 이민자들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이는 재앙과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자유무역과 세계주의 확산의 첨병 역할을 해왔으나 트럼프 당선인은 보호무역과 고립주의로 세계질서 재편에 나선 것이다. 고립주의를 선택한 영국과 세계주의를 추구하는 독일을 비교하며 유럽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영국이 미국의 무역협상 우선 대상인지를 묻는 질문에 "물론"이라고 강조하고 "두 나라의 이익을 위해 아주 잘할 수 있다. 취임 후 조속히 메이 총리를 만나겠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비전 발표를 앞두고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한 것과 관련해 "믿기 어려울 만큼 나빠진 영국 기업들에게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진단했다.
또 "사람들과 국가들은 고유 정체성을 원한다. 난민문제가 심화하면 다른 나라들도 떠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유럽 국가들의 유럽연합(EU) 이탈을 부추겼다. EU에 대해서는 "독일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폄하했다.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의 이같은 주장과 대조를 보이며 갈등을 표출했다.
메르켈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에서 "각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함께 행동하는 것이 더 낫다"며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정면 비판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언급하며 "위기가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G20(주요20개국) 지도자들이 협력과 공동의 질서로써 이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협력의 중요성을 토대로 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기간 동안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겠다거나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등 반이민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반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포용적인 난민수용 정책을 펴고 있으며 2015년에 100만명에 가까운 이주민을 받아들인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과 서유럽을 통합하는 매개 역할을 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종전의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나토는 이미 한물 간 오래된 조직이다. 각국이 내야 하는 분담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핵무기는 줄어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와 좋은 협상을 할 수 있다면 제재를 끝내자는 제안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무기 감축 협상을 전제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 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전투력 강화 의지를 밝히자 트럼프 당선인이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핵능력을 대폭 확장하겠다고 맞서며 긴장을 고조시킨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