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내외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약속을 내놓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트위터에 "여러분들은 '대박(Big Stuff)'을 보고 있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시장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최근 기업들이 내놓은 일자리 창출 약속이 '속빈강정'이 될 우려가 크다며 냉랭한 분위기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올해 미국 내에서 1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밝혔다. GM도 올해 미국 내에 10억달러(1조2000억원)를 투자해 일자리 1500개를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월마트 직원 수가 150만명인데 1만명을 고용하겠다는 것은 성장률에 훨씬 못미치는 1% 증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신규 일자리 1만개는 새로 진출하는 매장 59곳과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이뤄지는데 이는 트럼프 당선 훨씬 이전부터 계획됐던 일이다.
GM 역시 전체 고용인력이 21만5000명에 달하는데 연간 1500개 일자리 창출은 일상적인 수준이다.
미국 최대의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은 지난 12일 2018년까지 일자리 10만개를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주요 일간지 USA투데이는 이에 대해 아마존의 신규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임시직에 집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또 아마존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영세소매업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에 비하면 아마존의 일자리 창출 규모는 큰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는 트럼프 당선 직후 멕시코로 공장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일자리 1000여개를 미국에 남기기로 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10년간 700만 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해외 기업들은 투자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의 화학·제약사인 바이엘은 지난 11일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앞으로 6년간 농업 연구·개발(R&D) 분야에서 80억 달러를 투자하고 3000개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바이엘은 그러나 세계 최대 종자회사인 미국의 몬산토 인수를 미국 정부가 승인해 주는 것을 전제로 내걸었다. 바이엘은 지난 해 9월 몬산토를 66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신규 고용 3000명도 몬산토 인수 이후 이를 확장하는 과정에 소요되는 인력이다.
소프트뱅크는 앞으로 4년간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해 5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프트뱅크가 미국 통신사 T모바일을 인수하기 위해 트럼프의 환심을 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를 인수한 이후 미국 1, 2위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AT&T에 대항하기 위해 T모바일을 추가 인수하려 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이동통신사가 3개로 줄어들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스프린트의 T모바일 인수를 승인하지 않았다.
또 CNN머니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면담에서 앞으로 5년간 미국에서 100만개의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마윈 회장이 밝힌 것은 미국의 100만명 소상인들이 중국이나 아시아에서 미국 상품들을 팔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한 것이지 신규 인력 채용과는 무관하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여타 해외기업들도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에 응했다기보다는 미국의 성장률에 주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미국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1.9%와 2.0%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어서 유
이에따라 외국기업들의 미국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쓰비시중공업이 100% 출자한 산업용 대형압축기 제작사인 미쓰비시중공업콘프레서가 히로시마에 있는 본사기능을 미국 텍사스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