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에도 퇴진을 거부해 온 야흐야 자메 감비아 전 대통령이 결국 외국으로 망명길에 올랐습니다.
22일 알자지라 방송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자메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은 전날 밤 감비아 수도 반줄에서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떠났습니다.
자메는 공항에서 탑승 비행기 계단에 올라 자신을 지지해 준 시민과 군인을 향해 손을 흔들고 쿠란(이슬람 경전)에 입을 맞추는 모습을 보인 뒤 출국했습니다.
자메 일가는 1시간 정도 비행 끝에 기니에 도착하고 나서 다시 아프리카 중서부 적도기니 수도 말라보로 향했습니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의 수장인 마르셀 알랭 드 수자는 "자메가 적도기니에서 망명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망명은 자메가 감비아 국영TV를 통해 신임 대통령인 아드마 바로우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공개 선언하고 나서 약 24시간 뒤 이뤄진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자메의 퇴진 거부로 한때 고조됐던 감비아의 정국 혼란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자메의 퇴진을 촉구하며 무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던 서아프리카 주요 국가들의 감비아 내 군사 개입이나 무력 충돌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감비아 국민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를 환영했습니다.
일부는 감비아 국기를 흔들었고 "우리는 자유다"라는 외침도 나왔습니다.
세네갈로 피신해 있다가 지난 19일 세네갈 주재 감비아대사관에서 취임식을 한 바로우 신임 대통령은 조만간 감비아로 귀환할 예정입니다.
지난달 초 대선에서 패배한 자메 전 대통령은 선거 직후 패배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임기 종료가 다가오자 퇴진을 거부했습니다. 공식 임기도 지난 18일 밤 12시부로 종료됐습니다.
이에 세네갈, 나이지리아, 가나 등 15개 국가로 이뤄진 ECOWAS는 자메 대통령에게 20일 정오까지 퇴진하라고 데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거부하면 군사 개입을 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자메는 1994년 29세에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후 23년째 감비아를 통치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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