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대통령의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실상은 미국 이기주의 내지는 미국 유일주의에 가까운 극단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멕시코 장벽 건설과 무슬림 입국 제한 그리고 불법체류자 색출을 추진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정책기조를 뜻하는 '트럼피즘'의 핵심 기조는 '온리 아메리카 퍼스트(Only America First)'라며 조롱섞인 비판을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분담금을 삭감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고립주의 색채는 더욱 짙어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토안보부에서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방안과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지 않고 보호하는 이른바 '피난처 도시'에 대한 연방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했다. 행정명령을 내리는 장소로 백악관이 아닌 국토안보부를 선택한 것은 반이민 정책기조를 강조하기 위한 메시지였다.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비용은 대선공약대로 멕시코에 청구하기로 했다. 연방정부 비용으로 수개월 내에 장벽 건설을 우선 착공하고 추후에 멕시코 정부에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장벽 건설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없다"고 반박했다. 장벽 건설비용은 약120억∼380억달러(약14조∼44조3000억원)로 추정된다.
설마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고립주의' 대선공약이 구체화하면서 새로운 삶을 찾아 미국으로 향했던 이민자들의 아메리칸 드림이 산산조각나기 시작했다.
트럼프 정부는 당장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 색출과 심사, 그리고 추방에 나설 방침이다. 남부사령관 출신의 해병대 장성 존 켈리를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낙점할 때부터 이같은 상황을 예고했었다. 미국 남부사령부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일대를 방어하는 임무를 띄고 있어 불법입국자 색출 등에 관여한다.
국토안보부는 일단 불법이민자 중 범죄 경력이 있으면 무조건 추방하고 나머지는 추가 심사를 통해 추방과 잔류 허용 여부를 선별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한인 교민사회에서도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집계하고 있는 한인 불법체류자는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약23만명이다. 오바마 정부의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조치(DACA)'에 따라 보호를 받는 한인 청년은 3만여명에 달한다.
'이민자의 나라'로 탄생한 미국의 '멜팅팟' 신화가 물거품이 될 위기다. 2014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미국 인구 총 3억1874만명 중 백인이 62.2%, 히스패닉이 17.4%, 흑인 13.2%, 아시아계 5.4% 등이다. 이같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미국은 다원주의가 자리를 잡았고 미국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은 인종과 민족적 다양성을 위축시키고 백인 우월주의 사고를 확대해 내부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중동 출신 무슬림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은 앞으로 바늘 구멍 지나가기 만큼 어려워질 전망이다.
미국이 내왔던 국제기구 분담금을 삭감하려는 움직임은 '고립주의'의 극치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과 유엔 산하기구에 대한 미국의 분담금을 줄이고 유엔 내에서 미국의 역할을 줄이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유엔 평화유지활동, 국제형사재판소(ICC), 미국의 주요 정책에 반대하는 국가에 대한 개발원조, 유엔 인구기금(UNPF)에 대한 미국 분담금이 적절한지 살펴보고 현행 분담금의 최소 40%를 감축할
이 행정명령이 발동되면 미국이 내는 분담금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유엔의 활동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뿐만 아니라 미국이 가입해 있는 다자간 국제조약을 모두 재검토에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탈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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