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동물원이 암컷 오랑우탄을 대상으로 터치패드를 활용해 '인터넷 만남' 주선에 나섰다.
영국 가디언은 네덜란드 중부 아펠도른시의 아펜흘 영장류 동물원이 오랑우탄의 짝짓기 기회를 늘릴 목적으로 이같은 실험에 나섰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4년 동안 진행되는 이 계획은 북미에서 인기인 소셜 데이팅 앱인 '틴더'의 이름을 따 "오랑우탄을 위한 틴더"로 명명됐다. 이 동물원의 암컷 오랑우탄은 터치패드로 만남이 가능한 수컷 오랑우탄들의 사진을 소개받고 이 중 관심이 가는 오랑우탄의 사진을 터치해 실제로 만나볼 수 있다.
짝짓기를 위해 동물원으로 공수되는 오랑우탄은 멀리는 싱가포르에서도 올 수 있다. 동물원은 이 실험을 통해 짝짓기 성공률을 높이고 비용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동물원 소속의 토마스 비온다 행동 생물학자는 "동물들이 짝짓기에 실패한 채 자기가 왔던 동물원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기존 방식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프로젝트의 한 가지 문제는 오랑우탄의 힘을 견딜 수 있는 터치스크린 패드를 만드는 작업이다. 동물원 측은 기존 패드에 강철 프레임을 덧씌운 패드를 오랑우탄에게 제공했으나 3마리의 손을 거치자 이내 망가져버
사진상의 외형만으로 동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는지도 과학자들의 관심 사항이다. 비온다는 "이 프로젝트는 완전히 디지털로 이뤄지는 반면 동물들의 짝짓기에는 냄새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동물들의 '인터넷 만남'엔 맹점이 있을 수도 있음을 밝혔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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