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지명한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쉽게 인준받을 수 있도록 의사규칙을 바꿔서 인준을 강행해 달라고 공화당에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고서치 대법관 후보자 인준안 처리를 위해 '핵 옵션(nuclear option)'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관 인준안 통과에 필요한 상원의 의결정족수 규정을 현행 60석 이상에서 50석 이상으로 낮춰달라는 것이다.
공화당이 상원에서 52석을 차지하고 있어 대법관 인준 정족수에는 모자라지만 의사규칙을 바꾸는 과반 정족수는 충족한다.
따라서 의사규칙을 바꾼 다음에 인준 표결을 진행하면 대법관 인준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같은 행위는 의회의 기존 절차와 규칙을 무시하고 일시적으로 다수당이 의결을 밀어부친다는 뜻에서 '핵 옵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해 지명한 메릭 갤런드 대법관 후보자를 공화당이 11개월 동안이나 인사청문회 개최를 미루면서 낙마시킨 데 대해 민주당이 단단히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고서치 대법관 후보자 인준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핵 옵션 카드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핵 옵션 도입 여부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했다.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상원의 전통을 깨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최대한 설득해 고서치 후보자 인준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핵 옵션' 카드는 민주당이 먼저 사용한 전례가 있다. 2013년 제2기 오바마 정부 출범 직후 주요 장관 인준절차가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지연되자 당시 상원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이 토론 중단을 결정하는 의결정족수를 일시적으로 낮춰 인준표결을 강행한 바 있다.
당시 매코널 원내대표는 소수당인 공화당 상원의원으로서 "민주당의 행위는 상원의 전통을 깨트리고 민주주의 정신을 말살하는 폭거"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핵 옵션 요구를 매코널 원내대표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고서치 대법관 지명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은 "민주당 몫 대법관 자리를 빼앗겼다"며 고서치 대법관 인준 표결시 필리버스터에 나서겠다고 밝
공화당 소속 척 그래슬리 상원 법사위원장은 고서치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 최소한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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