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왜 '도드-프랭크법' 폐지에 그토록 집착할까. 미 월가와 정치권에선 트럼프의 다목적 포석이 깔린 절묘한 노림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규제완화의 첫번째 대상으로 월가 금융기관들을 무겁게 짓눌러온 도드-프랭크법을 대선 후보시절부터 비판해왔고 실제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이틀 만에 정권인수팀 홈페이지를 통해 이 법안의 폐지를 선언했다.
일단 명분은 이 법이 미국 경제 활성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미국 금융기관이 하루에 한 개꼴로 사라지고 강도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배경에 이 법이 작용한다고 본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에도 이 법을 재앙이라고 지적한데 이어 3일 "내 주변에는 훌륭한 사업을 하지만 돈을 빌리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이는 은행이 도드-프랭크법 때문에 대출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월가 인사들과 머리를 맞댄 이날 도드-프랭크법의 타당성을 검토하라는 대통령 지침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재무부와 금융당국은 120일 안에 도드-프랭크법을 개정할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 법의 취지에 찬성하는 민주당의 반발로 법안 폐지는 쉽지 않지만 상당수 규제를 덜어내 월가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레거시'를 지우는 포석도 될 수 있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현행 금융규제 때문에 은행들이 현금을 깔고 앉고 있으며 은행들이 다시 돈을 빌려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콘 위원장을 비롯해 재무장관에 지명된 스티븐 므누신 등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금융규제 완화 행보에 속도를 내면서 이날 다우지수는 순식간에 2만선을 탈환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86.55포인트(0.94%)나 상승한 2만71.46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일제히 올랐다. 모건스탠리는 5.5%, 골드만삭스는 4.6%나 급등하는 등 은행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도드-트랭크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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