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법부 독립성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원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며 자신이 서명한 반이민 행정명령을 밀어부치고 있다.
이런 트럼프의 행동 뒤엔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이 많다는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 보다 찬성이 많은 여론조사가 등장하고, 이민 정책을 주도했던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상원 인준이 성공적으로 통과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경찰·보안관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미국대통령은 미국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 정상"이라며 "사법부가 대통령의 이런 권한에 제동을 거는 것은 틀림없는 정치적 행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민법 관련 조항을 직접 읽으며 "실력없는 고등학생도 이 말을 이해하고 내 편을 들 것"이라며 "나더러 법을 잘못 해석한다는데, 나는 훌륭한 학생이었고, 이해력이 좋다. 어느 누구보다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서명한 행정명령은 정말 아름답게 쓰여졌다"며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를 위해 이보다 더 훌륭하게 쓰여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판사들을 향해서는 "재판관들이 평범한 국민들과는 다르게 사물을 해석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바로 안전이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이처럼 자신감에 가득 차 법원을 비난한 것은 자신의 측근이자 반이민 정책을 입안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 온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상원의 인준절차를 통과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션스 장관의 법무부는 행정명령 재판에서 정부측 변호사 역할을 하게 된다.
상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세션스 법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찬성 52대 반대 47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상원의원 전원이 찬성한 결과다. 인종차별주의자 논란이 일었던 세션스 법무장관을 필두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은 더욱 강경·보수로 치달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세션스는 특히 엄격한 법질서 확립과 준법 원칙을 강력히 밀어부칠 것으로 보인다. 테러 우려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고 불법체류자를 추방하는 정책도 조기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 강행에 힘을 싣는 또하나의 단초는 무슬림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과 비자발급을 금지한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일부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반대를 앞질렀다는 점이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가 지난 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강력 지지' 35%, '다소 지지' 20%로 찬성이 55%로 집계됐다. 반대 의견은 '강력 반대' 26%, '다소 반대' 12%로 도합 38%에 그쳤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8%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자 마자 즉각 트위터에 관련 통계를 소개하면서 "'이민금지'는 지금까지 트럼프의 가장 인기 있는 행정명령 중 하나"라고 자랑했다. 그래프도 트위터에 함께 게재했다.
다만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찬성보다 반대가 많았던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미국 사회에서는 사법부 독립성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선 중에 제기했던 "무슬림 입국금지" 발언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반이민 행정명령 항고심을 진행 중인 제9연방항소법원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12월 "무슬림의 전면적이고 완전한 미국 입국 금지를 원한다"고 발언한 것을 증거로 채택했다. 리처드 클리프턴 판사는 "후보 시절 발언이 주요 정책으로 만들어졌다면 이는 잠재적인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는 미국 법무부는 대선 당시 발언을 증거로 채택하는 데 강력 반발했다.
지난 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지난 3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이 집행 중단
한편 반이민 행정명령 덕분에 이슬람국가(IS) 간부 한 명이 뉴욕 공항에서 체포됐다는 SNS 상의 루머는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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