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계 의혹으로 최측근이 경질되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반이민 정책이 좌초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대통령의 리더십이 취임 25일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타격을 입힌 요소는 러시아와 연계 의혹, 백악관 내 권력암투, 반이민 정책 타격, 대북 안보불감증, 이해상충 논란 5가지로 압축된다.
러시아 연계 의혹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퇴가 단초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러시아의 대선개입 해킹 사실을 부정하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발언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온 만큼 이번 플린의 스캔들 이면엔 트럼프와 푸틴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의심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내통 가능성을 연방수사국(FBI)이 공개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플린은 스스로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힌 후 수시간 만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을 경질했다"고 번복한 것도 의구심을 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플린의 조기 낙마는 백악관 내 권력암투의 한 단면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플린이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고문을 등에 업고 국방부 등 여타 안보라인과 갈등을 야기하면서 배척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배넌 수석고문과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갈등이 여러차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플린에 이어 프리버스 비서실장과 스파이서 대변인도 곧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대책을 논의한 것을 둘러싸고 '안보 불감증'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의회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제이슨 샤페즈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백악관 비서실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대책을 논의할 때 리조트 손님들과 종업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민감한 기밀 자료를 회람했는지, 스파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있던 손님들에 대한 신원 조회를 했는지 등 당시의 세부 보안조치에 대해 답변을 요구했다.
이같은 논란은 만찬에 초청받은 배우 리처드 디에가지오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을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디에가지오는 '핵가방을 든 사람'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반이민 행정명령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고 전국 각지에서 반대 시위가 잇따르면서 추진력을 상실했다. 중동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으나 지난 3일 시애틀 연방지법에서 1차 제동이 걸린 데 이어 9일 샌프란시스코 제9 연방항소법원의 항고심에서도 패소했다. 백악관이 현재 대법원 상고를 검토 중이지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의 연방의회 상원 인준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고서치 대법관이 취임할 경우 연방대법원 이념지형이 5대4로 보수가 우위에 서기 때문에 민주당이 인준 저지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취임 초기부터 제기됐던 이해상충 논란도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급 백화점 노드스트롬이 장녀 이방카의 브랜드를 부당하게 퇴출시켰다면서 트위터로 노드스트롬을 비판해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방카는 지난 13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여성 기업인들과 가진 오찬 모임에 참여해 이해상충 논란을 초래했다. 이방카는 심지어 대통령 집무실에서 아버지 트럼프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를 양 옆에 세워 놓고 대
미국 정부윤리청은 백악관 법률고문 앞으로 서한을 보내, TV방송에서 이방카의 의류 브랜드를 홍보한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을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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