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증시를 운영하는 런던증권거래소(LSE)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를 운영하는 도이체 뵈르제의 합병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시가총액 300억달러(약 34조원)의 유럽 최대 거래소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합병의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LSE는 합병안 승인 여부를 심사 중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요구한 자사의 이탈리아 채권거래 플랫폼인 MTS지분 매각을 거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LSE는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MTS 지분 매각을 이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LSE는 MTS 지분을 매각하려면 정부의 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할 뿐만 아니라 MTS 사업보다 규모가 더 큰 자사의 이탈리아 사업이 해를 입게 된다는 점을 들었다.
두 거래소는 지난해 3월 지주회사인 UK탑코(Top Co)를 신설해 합병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합병에 성공하면 전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시카고상품거래소를 운영하는 CME그룹과 지난 2013년 설립돼 미국 전역에서 새로운 거래시스템을 운영 중인 IEX그룹에 이어 세계 3대 증권거래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LSE와 도이체 뵈르제의 합병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과 2004~2005년 두 차례 합병을 시도했지만 당시 주주들과 시장 독점을 우려한 EU당국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엔 과거와 달리 양사 주주들의 승인을 얻는데 성공했다.
또 EU집행위의 시장 지배력 염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LSE는 자사가 보유한 LCH클리어넷 프랑스 사업을 매각하기로 선제 대응에 나섰다. 그런데 지난 16일 LSE는 EU집행위로부터 MTS 매각이라는 '뜻밖의 요구'를 받게 됐다.
FT는 "EU집행위가 LSE에 더 많은 양보를 하도록 강요한 것"이라며 "브렉시트 결정이 세 번째 합병 시도를 좌절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사가 합병안을 발표한 것은 브렉시트 전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 주도의 증권거래소 시장에서 세를 키우기 위해 양사가 뜻을 모았지만 브렉시트가 확정된 이후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병이 이뤄지면 EU 입장에서는 EU를 떠나는 영국에 파생상품 거래 등에서 유럽 내 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새 지주회사인 UK탑코의 본부를 런던에 두기로
합병 성사 여부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영국정부는 이달 브렉시트 협상을 본격화할 계획인데다 EU와의 갈등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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