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인 올해 유럽의 정치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줄곧 지지도 1위를 유지해왔던 후보들이 고꾸라지며 새로운 인물들이 부상하고 있다. 집권정당이든, 극우정당이든 할 것 없이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는 기존 정치권에 환멸을 느낀 유럽연합(EU) 민심이 '뉴 페이스'가 나올 때마다 환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기성 제도권의 예측을 뒤집어 엎었던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이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이어 유럽 각국에서도 예측불허의 정치환경이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유럽'을 위한 진앙지로는 올해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마르크 슐츠 독일 사회민주당(SDP) 후보, 알랭 쥐페 프랑스 전 총리, 이세 클라버 네덜란드 녹색당 대표가 손꼽힌다. 특히 슐츠와 클라버는 독특한 이력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주간 슈피겔을 통해 발표된 시베이 여론조사에선 슐츠 후보는 43.5% 지지율로 37.9%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친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를 압도했다. 지난달 26일에도 역시 43.5%를 차지해 안정적인 지지를 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슐츠의 부상은 독일 정치를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고 있다. 1994년 이후 20년 넘게 줄곧 유럽의회에서 활동했던 슐츠는 지난해 11월 국내 정계복귀를 선언하며 폭풍의 진원지가 됐다. 슐츠의 지지도 급등에 SDP도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SDP의 지지율은 31%로 메르켈의 기민·기사연합(30%)을 1%포인트 차이로 누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SDP가 기민·기사연합을 누른 건 2002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슐츠의 부상은 메르켈의 장기 집권에 독일 유권자들이 염증을 내기 시작한 데다, 난민을 무조건 수용한 것이 메르켈에게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는 분석이다. 메르켈이 난민정책으로 우파에 공격을 당하고 복지 축소로 좌파에게 공격을 당하면서 독일 정계의 '아웃사이더'로 통했던 슐츠에게 민심이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슐츠는 20여년 EU의회에서 활동했지만 서민 출신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걸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축구선수를 꿈꾸다 부상 당해 알콜 중독에 빠졌던 슐츠는 향후 12년간 책 판매원으로 일하며 심신을 추슬렀다. 이후 독일 사민당 지역 의원,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소도시 뷔르젤렌 시장을 거쳐 지난 2012년엔 EU의회 의장에 올랐다. 그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시절부터 이어져 온 복지 축소 정책 방향을 복지 증대'로 유턴하겠다는 입장이다. 슐츠의 총선 구호인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좌클릭'을 선언한 것이다.
오는 15일 유럽 선거 첫 테이프를 끊는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좌파 녹색당의 이세 클라버 대표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불과 30세에 불과한 클라버는 45세 젊은 정치인으로 준수한 외모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닮은꼴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가 이끄는 녹색당은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대표로 있는 극우정당 자유당, 집권 자유민주당에 이어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동안 극우적 주장을 펼치는 자유당이 제1당에 올라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우세했지만 녹색당이 젊은층과 이민자 거주 지역을 집중 공략하며 '시계 제로'상황으로 돌변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자유당이 1위를 차지하겠지만 자유민주당과 예상 의석은 1석 차에 불과하다. 녹색당이 향후 연립정부 수립에 있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모로코계 아버지와 네덜란드-인도네시아 혼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클라버는 스무살 무렵부터 녹색당 청년단체 활동을 했다. 23세가 된 2010년에는 역대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의회에 진출했고, 2015년부턴 녹색당 대표를 맡고 있다. 클라버는 "많은 이들이 빌더르스처럼 상대방에게 날을 세우는 정치인들에 싫증이 났다"며 "우리는 함께 살기를 원한다"고 차별성을 강조하는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빌더르스의 반 EU, 반 무슬림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빌더르스가 신변 안전을 이유로 대중 유세를 중단한 지난 일주일 동안 부동층 지역을 직접 발로 뛰었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빌더르스는 최근 선거유세 운동을 재개했다.
한편 프랑스 대선도 '쥐페 바람'이 무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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