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셰일석유 증산 등에 맞서 아시아 지역에 공급하는 석유 가격을 전격 인하했다.
미국 셰일석유가 사우디의 '안마당'인 아시아 시장을 잠식하려고 하자 이를 저지하기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사우디 살만 국왕이 한 달여에 걸쳐 아시아 각국을 순방 중인 것도 '최대 고객'인 아시아 안방을 지키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7일(한국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석유업체 사우디아람코는 유황성분이 낮은 저유황 경질유(라이트)의 4월 인도분 가격을 배럴당 54.89달러에서 54.59달러로 30센트 인하했다. 중동유가 기준물인 두바이유보다 배럴당 15센트 낮은 가격이다.
이날 사우디의 가격 인하는 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사우디가 지난해 11월 OPEC의 산유량 감축 합의에 따라 일평균 생산량을 26만배럴 줄이기로 해서 시장에서는 사우디가 원유 가격을 오히려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시장구조로 볼 때 가격 인상이 예상되던 시점에서 사우디가 깜짝 가격인하를 나선 것은 그만큼 미 셰일석유 등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더욱이 국내총생산(GDP)의 44.3%가 석유에서 나오는 사우디가 감산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가격 인상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격을 내린 것은 그만큼 다급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다.
사우디를 곤경에 처하게 한 것은 트럼프 정부가 드라이브 걸고 있는 셰일산업의 활성화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곤두박질칠 때 증산에 주저하던 미 셰일업계는 유가상승과 트럼프 정부의 셰일산업 활성화에 힘입어 적극 증산에 나서고 있다. OPEC 합의 당시만 해도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50달러대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는 주요 이유도 미국 셰일석유의 증산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미국의 에너지산업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동된 원유 시추공 수는 29대 늘어 4년여 만에 가장 가파른 증가폭을 나타냈다. 그만큼 미국 원유 생산이 강력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를 의식한 듯 2015년 즉위한 살만 국왕이 지난달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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