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권력계층 끌어내린 '민초들의 힘'...대통령도 무릎꿇었다
2016년 12월 서울 도심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의 함성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썼다. 헌정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이뤄졌던 '민초들의 반란'은 완벽하게 평화로웠지만 그 울림은 강력했다. 지난달 10월 29일 첫번째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매주 주말마다 19차례에 걸쳐 진행된 촛불집회 기간 동안 1500만명(연인원)이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매 집회 때마다 시민들은 높은 수준의 풍자와 해학을 도심에서 연출해냈고, 높은 시민의식을 세계에 뽑냈다. 역사에 기록될 2016~2017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의 '명장면'을 매일경제가 뽑아봤다.
2016년 촛불집회에서 우리 국민들은 민주국가 시민의 '표본'을 보여줬다. 시민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서 촛불을 들고 정치적인 의사 표현을 했고, 집회 종료 시간이 되면 질서 있게 광장에서 퇴장했다. '명장면'은 집회가 끝난 뒤에서야 나타났다. 집회가 끝난 이후 일부 시민들이 광장 바닥의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청소하자 너도나도 청소에 동참하면서 어지럽던 광장은 단 몇 시간만에 완벽하게 정돈된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광장 청소는 대규모 인원이 운집하기 시작한 3차 촛불집회(2016년 11월 12일)부터 일종의 '문화' 로 자리잡았다. 이후 광장 한켠에 잘 정돈된 쓰레기봉투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상징이 됐다.
#2. "폭력은 NO" 경찰 차벽에 꽃스티커
서울 광화문 광장에 수백만의 인파가 모였지만 집회 현장에서 '폭력'과 '선동'은 설 자리가 없었다. 시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분노를 표시하면서도 완벽하게 질서를 유지했다. 촛불집회의 두 번째 명장면은 경찰차벽에 붙은 '꽃 스티커'였다. 집회를 통제하는 경찰관과 경찰차벽을 향해 시민들은 폭력 대신 '스티커'를 택했다. '꽃무늬 스티커'는 4차 촛불집회부터 등장했다 시민들은 경찰차벽에 스티커를 붙여 침회 참가자들 스스로가 평화집회를 약속했고, 집회가 끝난 이후 시민들이 일제히 경찰차벽에 붙은 스티커를 다시 떼어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외신들도 이 같은 현상을 보도하며 우리나라의 평화적인 집회 문화를 높게 평가하는 찬사를 쏟아냈다.
#3.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1분 소등 '장관'
도심 집회의 세 번째 명장면은 '어둠을 빛을 이길 수 없다'는 1분 소등 행사다. 1분 소등은 5차 촛불집회가 열린 11월 29일 처음으로 이뤄졌다. 오후 8시 130만개 촛불로 일렁이던 서울 광화문 광장이 순식간에 암흑천지가 됐다. 1분이 지나자 어둠이 걷히고 다시 수만개의 촛불이 켜지면서 광화문을 밝히는 장관을 연출했다. 어둠은 권력을 상징하며, 빛은 촛불을 든 민심을 뜻한다. 권력이 아무리 비리와 부패를 감추로, 민심을 외면하려고 해도 결국 촛불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을 담았다. 특히 5차 촛불집회에서 소등행사 이후 가수 양희은씨가 대표곡인 '상록수'를 불를 때 후렴구인 '우리 나갈길 멀고 험해도 헤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라는 시민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100만명의 시민이 '끝내 이기리라'라는 후렴구를 합창하면서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냈다.
#4. 사상 첫 청와대 앞 100m 집회·행진
지난해 12월 3일 6차 촛불집회에서는 처음으로 청와대 100m앞 집회·행진이 이뤄졌다. 경찰이 청와대 인근까지 집회와 행진을 금지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청와대 정문에서 서쪽으로 100m 가량 떨어진 효자치안센터까지 행진·집회를 허가했다. 법원이 이곳까지 집회를 열도록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후부터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청와대 목전에서 권력을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 동안 금기시 되었던 청와대 인근 집회가 현실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날 집회는 민주주의의 진보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 3·1절 촛불 vs 태극기 집회
제 98주년 3·1절이었던 지난 1일 서울 도심은 세종대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갈라졌다.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촛불집회가 북측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고, 세종대로 남측에서는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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