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비트코인(Bitcoin) 가격이 주말사이 20%가량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트코인이 두 가지 종류로 나뉠 수 있다는 우려에 비트코인 가격이 또다시 폭락했다고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8일 개당 97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19일 999달러로 다소 회복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주 고점인 1259달러에 비해선 20% 가까이 떨어진 값이다.
WSJ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 불허라는 악재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급락세로 돌아선 건 비트코인 사회의 분열로 인해 비트코인이 두 가지 종류로 나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을 통해 직접 거래하며 이 내역은 고스란히 공개된 장부에 기록된다. 이 장부를 '블록체인'(blockchain)이라고 한다. 블록체인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컴퓨터에 데이터를 분산해 중앙집권적인 통제를 받지 않고 아무나 파괴할 수 없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기반으로 삼는다.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블록이 사슬처럼 연결된 구조다. 거래가 완료된 기록이 순서대로 블록에 저장되고 이 블록이 차례로 연결돼 블록체인이 된다.
문제는 이 블록의 크기가 1MB로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개발자와 거래소, 기업가들은 지난 2년간 모든 비트코인 거래 정보가 담긴 '블록'의 크기를 놓고 논쟁해왔다.
우선 한 쪽에서는 네트워크 용량이 커진 만큼 블록의 크기도 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트코인의 인기는 높아지는데 블록의 크기가 제한돼 송금이나 결제 등 거래 흐름에 부하가 걸린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반대파는 현상유지를 고수한다. 절대적인 합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 블록 크기의 확대는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록 크기가 커지다 보면 어느 시점에선 블록체인이 두 갈래로 나뉘게 된다. 이를 '하드포크'(hard fork)라고 하는데 기존 비트코인과 새로운 버전의 비트코인, 두 가지로 쪼개지는 것이다.
반대파는 아울러 블록의 크기를 키우면 비트코인의 중앙집권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블록체인을 유지하는 '채굴자'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나 규제당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통화라는 비트코인의 매력이 약해지는 셈이다.
이렇게 블록의 크기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쪽은 '비트코인코어'(BTC), 반대파는 '비트코인언리미티드'(BTU)로 불리며 세를 모으고 있다. 두 그룹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콘퍼런스, 비공개 회의 등을 통해 끊임없이 논쟁해왔지만 현재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WSJ는 이번 비트코인 가격의 급락이, 비트코인이 2개의 버전으로 나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거래소 20곳은 지난 17일 성명
WSJ는 비트코인 거래소는 물론 비트코인 가격도 비트코인이 2개의 버전으로 쪼개질 것에 대비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