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테러 한국인 부상자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 런던 테러/사진=연합뉴스 |
2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테러로 다친 한국인 관광객 5명 중 한 명인 김 모(69)씨는 아찔했던 순간을 기억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사고 이튿날인 23일 아침 런던의 한 호텔 식당에서 만난 김 씨의 왼쪽 팔에는 깁스가 보였습니다.
김 씨는 다친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쾅'하는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승용차 한 대가 바퀴 한쪽을 인도에 걸친 채 달려오다가 보도 바로 옆 차로를 달리던 다른 차와 부딪혔어요. 승용차가 내게로 달려왔는데, '쾅'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면…."
웨스트민스터 다리 북단에 가까이 있던 그는 황급히 다리 난간 쪽으로 피하다가 넘어져 팔을 다쳤습니다.
그가 쓰러진 옆에는 다른 외국인 한 명이 널브러져 있었다. 김 씨는 "피가 낭자해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던 김 씨로서는 평생의 경험 중 가장 끔찍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천만다행"이라면서 이날 아침에는 전날의 충격을 어느 정도 털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는 엷은 미소를 띠고 "영국은 처음인데 한국이 제일 안전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옆에 있던 김씨의 부인은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은퇴한 지 오래된 남편과 함께 계획한 이번 유럽 여행을 많이 기대했었는데 "이렇게 됐다"면서도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부인은 "살면서 이렇게 많은 피를 본 건 처음"이라며 끔찍해 했다. 그러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졌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이들보다 먼저 식당을 찾은 50대 후반의 여성 부상자 허모씨는 쇄골을 다쳐 어깨에 깁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직 당시 충격이 덜 가신 표정이 역력했다. 간밤에 잠을 거의 못 자고 온몸이 아픈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함께 있던 남편은 사고 당시 허씨가 잠시 정신을 잃었다면서 용의자가 몬 승용차에 치인 것 같다고 했다. 허 씨가 받은 충격이 엄청났음을 짐작케 했습니다.
허 씨의 남편은 "저는 차를 봤어요. 차가 막 인도로 오는데..."라고 한 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는 부인이 "지금 온몸에 멍이 들었는데 한국에 돌아가서 수술을 받을 것"이라며 "그래도 이만하긴 천만다행"이라고 안도했습니다.
이
당시 한국인 관광객 일행 23명이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여행을 즐기고 있다가 이런 변을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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