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세기의 담판'이 기대됐던 미·중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로 하고 싶은 말만 던진 채 '맥빠진 담판'으로 끝났다. 특히 북한문제 해결은 아무 실마리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킨 정상회담이었지만 흔한 정상회담 합의문이나 공동 기자회견조차 없이 마무리됐다. 6일 정상 만찬과 7일 확대정상회담 그리고 업무 오찬까지 세 번의 만남이 있었지만 시리아 포격으로 그마저도 빛이 바랬다. 회담 직후 시 주석은 알래스카로,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으로 제 갈 길을 재촉했다.
회담 결과는 국무·재무·상무장관 브리핑으로 전달됐으며, 백악관은 숀 스파이서 대변인 명의로 간단한 설명자료를 배포했을 뿐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시 주석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진전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틸러슨 장관은 오히려 "미국의 독자적인 방안"을 언급했다. 중국으로부터 북한문제 해결과 관련해 더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본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도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은 유엔결의를 통한 대북 제재뿐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은 한반도 사드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고 전했다.
유일한 성과로 꼽히는 '무역수지 불균형 개선을 위한 100일 계획'마저도 미·중 양국의 '동상이몽'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무역 100일 계획에 대해 "지금까지의 대화 속도를 고려할 때 상전벽해의 변화"라며 "양국 간 관계 강화의 매우 중요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무역 100일 계획을 통해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순진한 발상에서 비롯된 발언이란 평가다.
중국 정부와 언론에서는 온도차가 확연하다. 왕이 외교부장의 브리핑과 주요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상호'라는 단어에 초점이 맞춰진다. 100일 계획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해소가 중심이 아니라, 보호무역주의 철폐 등 무역과 투자분야에서 양국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과 관련됐다는 해석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마저도 8일 트위터에 "무역문제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중국이 과거 미국과 무역마찰이 빚어질때마다 정상회담에서 대규모 투자와 수입확대 등 선물보따리를 안겼던 것과 달리 이번 정상회담에선 그런 '보따리'를 내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외교승리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결국 북한 핵, 사드보복, 무역불균형 등 미·중 간 제반 문제와 관련해 정상회담 전과 후가 전혀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의 씽크탱크와 언론들은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처음부터 북한문제와 관련해 주변의 기대가 지나치게 컸다"고 했고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 연구원은 "백악관이 처음부터 이번 정상회담의 목적을 양 정상이 서로를
워싱턴 포스트(WP)는 "미·중 정상회담이 시리아 공습으로 빛이 바랬다"고 평가했고 CNN은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해법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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