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기대했던 미·중 정상회담이 가시적인 결실없이 싱겁게 마무리되자 미국이 독자적인 북핵 해결방안 모색에 착수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 종료 직후 "중국이 북한문제 해결에 나설 수 없다면 미국은 독자적인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문제 해결과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음을 암시하는 동시에, 중국이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진전된 의지와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미국이 독자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6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마러라고로 향하는 전용기에서도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독자적으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북한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려면, 다시 말해서 북한과 대화가 가능해지려면, 북한의 태도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는 미국 정부의 기존 태도를 재차 명확히 한 것이다.
미국이 거듭해서 언급하고 있는 독자적 북한문제 해결방안은 북한에 대한 압박수위 상향 조정,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보이콧 시행, 그리고 최후의 수단으로 군사적 옵션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해서는 테러지원국 재지정, 대북 사이버전 등이 추진되고 있고, 사드 한반도 배치 착수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미사일 방어체계가 강화되고 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무부는 이미 북한을 겨냥한 여러가지 제재를 가동하고 있다"며 "시리아에 대해서도 곧 제재를 시작할 것이며, 북한이든 시리아든 제재가 중요한 압박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세컨더리보이콧 시행 의지를 확인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정상회담에서 세컨더리보이콧이 거론됐느냐는 질문에 "상무부가 최근 북한과 거래한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ZTE를 징계한 것이 불법행위에 대해 미국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한편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조치의 일단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NBC 보도에 따르면 한반도 핵무기 재배치 방안이 트럼프 정부의 새 대북정책에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핵무기가 한국에 다시 배치된다면 그 장소는 오산 미 공군기지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냉전이 종식된 이후인 1991년 11월 한국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를 모두 철수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군 칼빈슨 항공모함은 주요 활동무대인 싱가포르 해역을 떠나 한반도 쪽으로 이동 배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군사적인 압박조치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지난 6일 시리아에 미사일을 쏟아부은 트럼프 정부가 항모강습단을 동원해 북한에 '독자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데이브 벤험 태평양사령부대변인은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불안정한 미사일 시험 프로그램과 핵무기 개발 야욕으로 북한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위협"이라며 "서태평양에서 존재감과 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칼빈슨 항모 전단을 북쪽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또 지난 7일 미 공군이 괌 앤더슨 기지에 있던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 5대를 다음달부터 6개월 동안 일본 요코다 기지에 전진 배치한다고 밝혔다. 괌 기지의 글로벌호크가 요코다 기지에 배치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 달 31일에는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인 스터릿함(DDG 104)과 듀이함(DDG 105)으로 편성
북한은 최고인민회의(11일)와 김일성 105주년 생일(15일) 등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어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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