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레짐 체인지(정권교체)' 여부를 놓고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라인 수뇌부들 사이에서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CNN과 NBC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추가 공격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가운데 행정부 내부에서 아사드 정권 처리 문제에 대한 혼란이 불거지면서,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정책 향방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레짐 체인지', 즉 아사드 대통령의 축출을 포함한 정권 교체에 가장 적극적인 인사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다.
그는 NBC방송의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아사드를 시리아 정부의 수장으로서 두고는 더는 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며 아사드 축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CNN의 '스테이트 오브 디 유니언'에 출연해서도 "아사드가 권좌에 있으면 정치적 해결의 선택지가 없다. 아사드가 있는 한 평화롭고 안정된 정부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시리아의 정권 교체는 일어날 것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CNN은 이에 대해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대응으로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한 이틀 뒤 아사드의 축출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면서 "이는 아사드 정권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 놀라운 유턴을 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반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ABC방송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아사드 정권 축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공습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에 대한 미군의 군사적 태세에는 변화가 없으며, 미국의 선순위는 여전히 IS 격퇴라고 강조한 것.
틸러슨은 "아사드 대통령의 운명은 시리아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아사드 정권 교체에 직접 나서지는 않겠다는 언급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앞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지난주 "IS 격퇴에 집중하기 위해 알아사드 퇴진에 초점을 두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지난주 "IS 격퇴에 집중하기 위해 알아사드 퇴진에 초점을 두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 공격이 고립주의에서 개입주의로의 근본적 대외 정책 기조의 변화가 아니라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일회성 응징 차원일 수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시리아 정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틸러슨 장관이나 헤일리 대사 모두 이 문제에 대해 옳다"고 말했다.
한편 틸러슨 국무장관은 11~12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나 시리아 문제와 IS 격퇴 등 국제 안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틸러슨의 러시아 방문은 가시밭길이 되리라는 게 현지 언론의 예상이다.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시리아 공격의 이유는 러시아의 무능 때문이었다"고 밝히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 상황에서, 시리아 문제 이외에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등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면서도 러시아와의 전면적인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틸러슨의 러시아 방문 전망이 꼭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시리아 공격에도 러시아가 틸러슨의 방문 일정을 연기하지도, 취소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시리아에 대한 일회성 공습은 감내할 의지가 있을 것이란는 분석도 있다. 2005년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하기 전 4년간 주러시아 미국대사로 재임했던 알렉산더 버시바우는 "러시아는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는 틸러슨에게 아사드 정권의 금지 무기 사용을 막는 조건으로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암묵적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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