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의 수장들이 모여 자유무역 수호를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들 국제기구 수장들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폐해를 우려해 '이례적으로' 공동 보조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김용 세계은행 총재,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 등은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회의를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제경제 기구들이 지금까지 중요한 성과를 이룩해냈으며 글로벌 경제와 국제무역 번영을 위해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무역통합은 경제 성장을 증대시키고 생활수준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각국은 장벽을 세울게 아니라 경제적·금융적 통합을 더욱 추구해 무역 갈등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기구의 거물급 수장들이 베를린에 모여 자유무역의 이익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낸데 대해 주요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은 몇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절묘한 타이밍이다. 오는 21~2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각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모임이다. 글로벌 경제질서 개편에 대한 화두가 제기될 이번 총회를 앞두고 보호무역 확산을 일제히 경계하는 메시지를 보내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취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무역은 글로벌 경제성장의 엔진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된다는 일종의 경고음이다.
국제기구 수장들은 국제무역의 여러 혜택과 필요성을 누차 강조하면서도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거론하는건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미국은 IMF와 세계은행의 최대 주주이자 WTO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는 중심국가인 만큼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국제기구 공동 보조의 배후에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있다. 이번 모임을 주관하면서 독일이 자유무역의 새로운 구심점임을 각인시키고 미국 보호무역 기조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려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3개 국제기구가 독일 현지에서 '무역을 모두를 위한 성장엔진으로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는 각국 정부가 기술 발전과 자동화, 국제적 경쟁 격화로 소외된 사람들을 도울 제반 조치를 취할 것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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