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을 켜고 오늘의 공기오염지수를 먼저 확인한다. 호출앱으로 부른 주안처(專車 중국판 우버차량)를 타고 출근하다 단체대화방에서 친구의 결혼소식을 확인한다. 간단한 축하인사와 함께 축의금을 온라인으로 보낸다. 점심시간 주문식당앱을 검색해 딤섬과 국수를 먹고 남는 시간에 모바일게임을 즐긴다. 퇴근을 앞둔 시간 전기요금 알람이 울리자 넉넉하게 두달치를 모바일결제로 송금한다.
베이징 시민의 평범한 일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평범하지 않은 사실 한가지. 이 모든 일이 단 하나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뉴스검색과 음성통화, 인터넷쇼핑, 게임, 결재, 공과금납부, 심지어 재테크상품 판매까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앱은 바로 중국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WeChat)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모바일앱인 카카오톡으로 시작해 포털인 네이버, 지급결재앱인 삼성페이,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를 합친 것쯤되는 '괴물앱'이다.
중국 정보통신학회는 지난 13일 위챗의 경제파급 효과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가 지난 2011년 개발한 위챗은 불과 6년 남짓한 기간 13억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월간 평균 사용자수는 8억8900만명으로, 전년보다 28% 증가했다. 2012년과 비교하면 4년만에 4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위챗이 유발한 정보통신 분야 소비규모는 지난해 1743억위안(약 29조원)으로 전년대비 26.2% 증가했다. 차량호출서비스와 주문형식당, 모바일게임 등 위챗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창출된 일자리는 지난해 기준 무려 1881만개로, 1년 전과 비교해 7.7% 늘었다.
특히 위챗페이가 업계 1위 알리페이를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어 이를 통한 소비창출 효과는 앞으로도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위챗과 연동된 모바일결재 서비스 위챗페이를 이용하는 중국인은 현재 6억명으로, 위챗 이용자보다 아직 3억명 정도 적다. 가맹점 수는 100만곳에 달하지만, 최근에는 노점상들조차 위챗페이를 도입하고 있어 확대여지가 무궁무진하다 분석이다. 중국에서는 지갑 없이는 살수 있지만 위챗 없이는 살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위챗 중독'을 우려하기까지 한다. 전체 사용자의 3분의 1은 하루 평균 4시간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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