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을 견인하고 있는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미국의 반도체, 조선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무역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에서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조선업에 대한 보호무역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로스 장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핵심 6개 산업'이라 지칭하면서 그간 수차례 거론해왔던 철강, 자동차, 알루미늄, 항공산업과 더불어 반도체와 조선업을 지목해 1962년 만들어진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232조에 의해 보호받을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조항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부의 긴급 무역제재 시행을 허용한다는게 골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핵심 6개 산업 중 외국산 철강의 경우 이미 지난주 조사를 시작한 바 있다. 이 중 반도체와 조선은 한국이 세계 일류 경쟁력을 확보한 주력 수출산업이라는 점에서 국내 업계에 어떤 파장을 던질지 주목된다. 로스 장관은 특히 "미국의 조선산업이 근본적으로 무너졌다"면서 "미국은 조선산업을 분명히 필요로 한다. 필요한 산업으로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 장관은 이날 반도체산업에 대한 애정도 적극 피력했다. 일본 도시바에 인수됐다가 최근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웨스팅하우스에 대해 정부 지원 등의 개입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다른 외국회사가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는걸 막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로스 장관은 "한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도 언급했다.
로스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도 한국과의 FTA 재협상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국과 FTA를 체결한 지 5년이 됐으므로 무엇인가 해야 할지 생각해볼 만한 적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멕시코와 중국을 향해 무역적자 해소를 향한 포문을 연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 캐나다, 일본 등을 연일 자극하더니 한국을 향해서도 선전포고를 날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 정가에선 트럼프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온건한 자유무역 기조를 지지하면서 로스 장관과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 등 보호주의 강경파가 뒤로 밀려났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로스 장관은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로스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국제기구 수장들의 미국 보호무역주의 경계 발언을 '헛소리'라고 질타하면서 세계 주요 교역국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미국의 적자가 계속되도록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연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대대적인 손질 가능성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수년이 걸릴 수 있는 재개정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심산이다. 이는 내년 여름 멕시코 선거 일정을 감안할 때 올해 재협상을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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