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미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밀컨글로벌콘퍼런스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4000여명 규모의 미국 최대 경제·비즈니스 행사에 참석한 글로벌 석학과 월가 최고경영자(CEO), 미국 고위 관료들이 북핵 리스크를 잇따라 거론하고 나섰다. 그만큼 서방 사회가 글로벌 경제의 변수로 북핵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 회장은 미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진행중인 밀컨콘퍼런스에서 매일경제 기자와 만나 가장 먼저 꺼낸 단어는 북한이었다. 그는 "올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할 리스크를 꼽는다면 북핵 문제"라며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상당히 우려스러운 지정학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루벤스타인 회장은 미국 경제를 휘감고 있는 경제 활성화의 과잉 기대감이 실망과 충격을 줄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고 언급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과의 대화' 세션에서 사회자를 맡은 루벤스타인 회장은 역시 북한 문제를 화두로 꺼냈다. 지난 4월 초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어떻게 압박할 것인지 양국 정상들이 논의한 내용이 궁금했던 것이다. 로스 상무장관은 이에 대해 "미중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의 북한 압박 공조를 희망했고 통상 문제를 유보한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북한 압박과 미국의 일자리를 맞바꾼건 아니다"고 강조해 대중 통상 갈등의 여지를 남겼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밀컨콘퍼런스 행사장에서 북한 문제를 거론했다. 므누신 장관은 폭스비지니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은 북한 핵 위협에 대해 엄중 경계하고 있으며 제재 수단을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무부가 관여하는 제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로 금융권을 통한 자금이 흘러가지 않게 차단하는 것이며 다른 나라도 미국과 똑같은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므누신 장관은 '세컨더리 제재'(북한과 관계된 제3자에 제제를 가하는 조치)가 매우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해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카드임을 시사했다.
월가 고위 인사들의 북핵 우려를 극명히 보여준건 '거시경제전망' 세션이었다. 사니 베치로스 록크리크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시리아보다 북한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한다"면서 "미국과 중국, 북한과의 신경전은 동북아 지정학적 문제의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슈아 해리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공동창업자는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면 한국 증시가 치솟는 것이냐"고 반문해 좌중의 허탈한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밀컨콘퍼런스 현장에서 만난 월가 인사는 "북한 핵 위협을 결사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서방세계의 공조 압박이 계속되면서 월가의 우려감이 부쩍 높아진 것 같다"며 "다만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나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행사 참석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인 한국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비용을 내라고 언급한건 미국의 체통을 잃은 창피한
[로스앤젤레스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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