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미국 홀대 외교'가 점입가경이다.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친미 국가지만 두테르테 정부 들어 노골적인 친중 노선을 걷고 있다. 물론 필리핀이 미국과의 관계 단절까지 나선 것은 아니지만, 중국으로 명백하게 방향을 틀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의 고향 다바오를 방문한 중국 군함에 전격적으로 올랐다. 중국 군함의 필리핀 입항은 7년만에 있는 일이어서 이례적인 일이긴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 함선에 오른 것은 더 파격적인 행보였다. 러시아 군함이 올 1월 필리핀 마닐라 항에 5년만에 들어왔을 때 두테르테는 찾지 않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 군함의 필리핀 입항은 신뢰구축의 일환이고, 우리가 친구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중국측의 공동 군사훈련 요구에 적극 화답했다.
이런 가운데 두테르테 대통령은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과 지난달 29일 전화통화를 하면서 백악관에 초청 의사를 내보인 것과 관련해 "어떤 확답도 할 수 없다. 러시아도 가야 하고 이스라엘도 가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프라윳 찬 오차 태국 총리가 트럼프의 초청에 적극적으로 화답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테르테 초청은 인권 단체 등의 반대를 뚫고 주무 부처인 국무부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상의도 하지 않은 채 강행된 것으로 더욱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 성향은 그가 공개한 트럼프와의 통화내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력으로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겁줄 수 없다"고 했고, "미국과 북한의 대화 기회가 중국의 중재로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북한의 그 남자(김정은)를 막는 것은 중국에 맡겨야 한다"며 "핵전쟁에 승자는 없다. (한반도에 파견된) 미군의 군함은 공포를 부르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두테르테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액면 그대로 볼 수만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양국에서 실리를 더 얻기 위한 줄타기 외교라는 분석이다.
실제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달 중순 중국에서 열리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회의에 참석할 때 필리핀 경제 개발을 위해 중국의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친중 행보에 대한
[문수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